어제는 유난히 파란 하늘이었습니다. 아버지, 현서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으로 찍었다며 하늘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제, 10년 만에 그곳을 찾았어요. 아버지 고향에 있는 그곳 식당이요. 큰 동생이 우연히 친구들과 찾게 된 오리집이 아버지와 즐겨 다녔던 곳이었고 그곳 주인장이 모처럼 찾아온 동생에게 반갑게 아는 체하며 물었다고 해요. 엄마랑 왜 요즘 같이 안 오냐고. 혹시 이곳에 오면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아파 못 오냐고 궁금해하셨다고 해요. 덕분에 어제 식구들이 모두 그곳에 갔었어요.
저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갔고요, 큰 동생이 엄마랑 올케와 조카를 데리고 막내 동생네도 합류하고, 아버지 친구분인 망원도 아저씨 가족들도 같이 만났어요. 아버진 늘 그러셨잖아요. 먹을거리가 생기면 여기저기 있는 가족들 모두 불러 모아 함께 나누어 먹는 걸 무척 좋아하셨잖아요? 어제 그랬어요. 10년 만에 만난 그곳 주인장은 엄마를 끌어안고 눈물이 글썽글썽하며 무슨 얘긴가를 한참을 이야기 나누셨어요. 아버지 49재 때 이곳에 들러 식구들이 점심을 먹고는 발길을 하지 않았었대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주인장께서 상기시켜 주셨네요.
그랬었나 봐요. 일부러 그랬었던 건 아닌데, 아버지를 기억하는 그분 덕분에 우리 가족은 다시 아버지의 그늘을 찾았어요. 망원동 아저씨가 건네주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에 목을 적시고, 그건 아버지랑 똑같아요. 좋은 안주거리가 있으면 곁들이 반주를 권해주시던 아버지. 어제는 아버지 대신 아저씨가 우리들에게 술을 한잔씩 권해 주시고 그 옛날의 아버지 연애 뒷담에 들어갔답니다. 아시죠? 술에 취해 엄마 떼어놓고 아버지 혼자 택시 타고 줄행랑친 이야기.
다들 기억 속의 아버지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편, 아버지였어요. 아버진 퇴근길에 우리 삼 남매를 불러 늘 무언가를 사주고 싶어 하셨죠. 어스름 저녁, 도매상이라 불리던 슈퍼에서 전화로 우리를 불러내시면 우린 경쟁하듯 달음박질쳐 아버지에게 뛰어갔고 한아를 과자봉투를 들고 물끄러미 선 동네친구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아버지 팔짱을 끼고 함께 걷곤 했어요. 고기를 좋아했던 우리들을 위해 남포동이라는 고깃집에서 아이 셋을 옆에 두고 당신 입으로 들어가는 고깃점보다 우리들 입에 넣어주시기 바쁘셨고, 생선을 구워도 아버지는 어두일미라며 우리에겐 가운데 토막을 먹게 하시고 아버지 당신은 생선 머리를 발라 드셨어요. 철없던 저는 그런 아버지가 진짜로 생선 머리를 맛있다고 드시는 줄 알았었죠. 제가 제 자식을 낳아보니 새끼들 입에 들어가는 먹거리에 제 배가 다 부르다는 걸, 키워보며 새삼 느끼고 있답니다. 아버지의 깊었던 사랑을...
우린 모두 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아버지만 안 계셔서 슬펐어요. 모두들 그대로인데 아버지 자리만 비어 있었어요.
아버지 계신 그곳은 유난히 파랗고 하얀 구름이 가득하더군요. 보고 계셨죠? 우리들 모여 앉아 아버지 이야기 나누며 즐겁게 떠드는 거 모두 보고 계셨죠? 어제 그 모양을 보고 현서가 하늘 사진을 찍었었나 봐요.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