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목에 꽃이핀다

by 연두

사무실에 화분이 여러개 있다

2주에 한번씩 물을 주는데

작년에도 한번 꽃을 보여주더니 올해도 꽃대가 나왔다

언제 이렇게 훌쩍 올라온거지?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저리 송글송글 물방울을 달고 꽃잎을 보여주려 한다

며칠전 엄마와 점심을 먹었다

코다리를 좋아하는 엄마와 나는 늘 그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비운 엄마를 보며

건강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식후 커피를 드시지 않는 엄마가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두잔을 내린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나오시며 갖다줄 사람이 있다고 하신다

불안한 걸음으로 커피를 가져다 드린 분은 노상에서 채소를 파는 어르신이다

"날 추운데 커피 드셔"

익숙한 듯 커피를 받아드시는 그 어르신은 고맙다며 커피를 후루룩 드신다


또 어딘가로 걸어가시더니 마찬가지로 노상에서 채소파시는 더 나이든 어르신에게 커피를 건넨다

그 어르신은 우리엄마에게

"여사님, 무라도 한개 갖고가"하시며 고마워하신다


그닥 춥지 않는 날씨였지만 밖에서 종일 계시는 분들은 춥겠구나...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을 서로 주지 않는 세상인데

우리엄마는 아직도 예전처럼 살고 계시다


집으로 가는 길

엄마는 길가에 버려진 캔을 주워든다.

또 뭐할라고 저걸 줍는가 했더니

그걸 수집해서 파는 할아버지가 계시다고

모아서 갖다 드리면 고마워한다고 하며

또 바쁘게 걸어가신다.


우리엄마의 세상을 보며 그엄마를 내가 닮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오지라퍼.

엄마의 오지랖이었다.

난 왜 주변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경이 쓰일까 했었는데

우리엄마 유전자였다.



치매에 걸린 남편을 간병했던 대만 언어학자라는 부부의 이야기가 남일같지 않았다.

내 남편은 우울하게 뭐하러 그런 책을 보냐고 하는데, 타산지석 몰라?

나 치매 걸리면 적당히 케어하다 요양원으로 보내줘.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거 싫어.



퇴근 후 매일 헬스장을 들러 운동을 하고 근력을 키우는 이유가

내 자식과 배우자에게 부담되기 싫어서이다.

젊어선 즐거워하며 운동을 했었는데

이제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되고있다.

헬스가 즐겁진 않다.



헬스 후 남편이 좋아하는 짬뽕밥을 포장해서 집으로 간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짬뽕은 집에서 못만들어.

그 맛이 안나.

우리 큰애가 퇴근길에 잠깐 지하철역에서 만나자고 한다

뭔일인가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나갔더니 선물을 건넨다.

결혼식에 엄마에게 아무것도 선물하지 못한게 내내 마음이 쓰였나보다.

내게 딱 필요한 선물을 받았다.

샤넬이 아니더라도 좋았을 선물이다


닳도록 사용하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고마워~


화장품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립스틱을 선물했다고 하며 함께 전해준다.

엄마에게 잘 어울릴것 같다고 하며

내손에 들려주는 딸의 마음에 온기가 전해진다.


내가 엄마한테 해 드리는것 보다 내 딸에게 받는게 더 많은것 같다.

딸이 둘이라 그런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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