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팔각성냥

by 연두

초등학교 다닐 때 내 호기심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그 사고 당시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겨울방학 즈음, 군인이었던 큰 외삼촌이 누나네 가족을 찾아 놀러 오셨다. 평소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삼촌이었기에, 모처럼 만난 삼촌과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학교친구들 이야기로 수다도 떨고 있는데 삼촌께서 담배를 피운다고 성냥을 가져 달라고 하신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골동품 같은 물건이 되었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난방은 연탄보일러로, 취사는 ‘곤로’라를 석유 활용제품을 사용할 때였다. 곤로를 사용하기 위해선 중앙에 있는 심지에 불을 붙여 화력조절을 했어야 했기에 심지에 불을 붙이기 위해 부엌에 늘 팔각성냥이 있었다. 무심코 삼촌께 성냥을 가져다 드렸고 난 옆에서 삼촌이 담뱃불을 붙이는 걸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삼촌은 담뱃불을 붙이고 난 성냥개비를 내 손에 쥐어 주면서 갖다 버리라고 시켰지만, 호기심 가득한 초등학생은 그 동그랗고 빠아간 성냥개비 머리를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 이 불씨를 팔각성냥 위에 올려놓으면 불이 붙을까 안 붙을까?’ 불을 붙이고 난 꺼진 불씨는 아직은 뜨겁다고 사인을 보내고 있었지만, 초등학생 꼬마는 팔각성냥 위에 불씨를 올려놓고 또 들여다본다. 불이 붙을까? 안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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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

순식간에 팔각성냥은 불길이 치솟고, 깜짝 놀란 초등학생 꼬마는 팔각성냥통을 집어던진다. 그리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울음을 터뜨릴 겨를도 없이 역한 냄새에 숨이 막힌다. 머리카락 타는 냄새, 얼굴도 따끔거리고 화끈거린다. 놀라 달려온 엄마와 삼촌은 불붙은 팔각성냥을 마당으로 집어던지고 심각한 얼굴로 나를 살펴보신다. 가관이다. 가득 차 있던 팔각성냥의 화기는 내 얼굴을 몽땅 집어삼키고 검은 그을음과 누린내가 방 안 가득하다. 눈썹도 타고 머리카락도 앞부분은 날아가고 손으로 만지면 타고 남은 재가 부스러진다. 너무 놀라 울지도 못하고 멍청하게 서있는데 엄마가 얼굴에 바셀린 연고를 발라주고 약국에서 사 온 거즈를 붙여준다.


왜 그랬을까? 화약 같은 성분이 묻어 있는 성냥개비 머리에 불씨가 닿으면 점화가 되는 게 당연하거늘, 왜 확인을 하려고 그 성냥통을 들여다보고 있었을까? 다행스럽게 심하게 화상 입은 건 아니어서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할 즈음이 되선 무사히 등교할 수 있었지만 거울로 들여다본 내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처럼 눈썹도 없이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져 덕지덕지 바셀린 거즈를 얼굴에 온통 붙여놓고, 그 누린내는 어쩌고?


호기심과 사고 유전자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이되었는지, 딸내미 둘을 키우면서 집 가까이 있는 종합병원인 이대목동병원 진료카드엔 응급실차트가 더 많은 것 같다. 화장실에 둔 락스병이 열려 있어 아이가 마신 건 줄 오해하고 큰아이를 데려갔었고, 밥솥 온도가 궁금하다고 밥통을 열어 밥 한가운데 수은 체온계를 꽂은 작은 아이는 온도계가 터져서 놀라기도 했었다. 남편에게 타준 식탁 위의 커피잔을 작은아이가 끄집어내려 손과 팔에 화상을 입기도 했었는데, 치료를 받으며 고생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 엄마도 나를 보며 얼마나 마음 아파하셨을지 헤아려지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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