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을 하도 샀더니 가난해졌나보오
이제그만 모두 되팔아야겠소
그럼 나는 정말 부자가 될테니.'
글이 안써진다고 생각한지가 오래인지, 글로 옮겨쓸 마땅한 생각이 없다 여겨진게 오래인지 모를,
팔월의 끝자락, 한 여름 밤.
어른이 됬음을 실감함이 왜 스스로를 더 이방인같이 느껴지게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밤차를 타고 돌아오는 적적한 벌판 위로 떠다니는 노란불빛.
괜히 센치해진 기분에 가까이한것은 장기하의 '그때 그 노래'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꾸중 아닌 꾸중을 들었다
화풀이 아닌 화풀이를 하였고, 눈물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와의 다름이란게 갈라진 틈새를 비집고 스며들기라도 했을까
아주 오랫만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그리워했던 모습을.
닮고싶던 되고싶던 그런 면들을.
싫어하는 모습들에 치이며 닮아갔던 지난날이 스쳐지나갔다
질리게 만들던 말들, 눈빛, 행동들을 고스란히 담아버린 나는 과연 그 처음을 백지 상태라 말해도 될런지
아니면 어리석은 리트머스지라고 해야할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변해왔다.
스무살이 지나면서 변화라는 것은 더 어려운 일로 다가왔고,
맘이 맘처럼 되지 않을 때마다 더이상 어리지 않구나를 실감하며 어른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식해져갔던 것이다.
갖가지 핑계들과 원망들로 그 모든것을 합리화시키며 나조차 망쳐버린 것이다
꿈꾸던 모습의 어른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어린시절은 다 어디에 숨겨놓고
나는 이럴 수 밖에 없어, 네가 그렇게 만든거야 라는 말들을 일삼으며 스스로를 불쌍하게 만드는 일을 그만두지 못했다.
용서를 하지도 못하고 감사를 하지도 못한채.
그렇다고 그 모든걸 까맣게 잊어버리지도 못한채 쿨하게 묻어두지도 못한채.
마음 한 구석이 차곡차곡 사모으며 칼날만 갈고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난해져가는지를 외면했던것같다.
그렇게 초라해져가는지를 남탓으로 돌리기만 했던 것 같다.
돌아오는 밤차안에서 차가운 창문에 머리를 기대며 기도하기를,
누군가 나를 아프게했던 기억을 잊게 해달라고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도 잊게 해달라고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는지조차도, 내게 그런 일이 있었던것 조차도 까맣게.
잴 수 없는 마음의 기준으로 누군가가 나만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겠노라 하는 끔찍한 이야기는 더이상 쓰지 말자고
그렇게 질리도록 살아내었으면서 결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음을 실감했으면서.
원망하는 마음이 눈물이 되어 새어나오고 미안함으로 가득차기 시작한건 따뜻하면서도 쓰라린 일이다.
불평하던 순간이 감사함으로 물들고 한없이 고개를 수그려 겸손해지기 시작한건 아늑하면서도 미어지는 일이다.
이럴 때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있음에, 외롭지 않게 달래주는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음에,
넉넉한 마음으로 울어줄 소중한 이가 있음에, 그와 함께 나눌 것들이 있음에,
미우나 고우나 혼자가 아님에, 누추하나 편안하나 갈 곳이 있음에.
세상에 치여 사람에 치여 마음구석 한자리 내놓지못한채 빡빡하게 살아가던 시간 속에
단 한순간이라도 작은 구멍 밖으로 속 몇가지 내어놓고 햇볕이라도 쬐어주어야지 바람이라도 불어주어야지
내가 사는 그 삶이. 사는 삶이든 견디는 삶이든, 언젠가는 좋은 날이 있을거란 약속 해주어야지.
이토록 감사할것이 많은 것을.
이토록 소중한것이 많은 것을.
그 많고 많던 밤들이 한꺼번에 생각나다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지.
이게 그때 그 노래라도 그렇지.
- 장기하, '그때 그 노래'-
2011.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