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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May 03. 2022

11일 차

2022. 05. 03

Q. 어릴 때 존경했던 분이 있었나요?

언젠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Q. 당신의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에요? 지금 그 꿈을 이뤘나요?

나는 꿈이 많았습니다.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하프를 섭렵하고 지휘자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공간 디자이너, 온갖 디자이너가 되고픈 적도 있었죠. 엄마는 내가 앵커가 되길 바랬습니다. 그 이유는 내 귀가 배우 최진실과 앵커 김주하를 닮아서라고 했습니다. 살짝 앞으로 선 게 세상의 이야기를 더 잘 들을 거라 했습니다. 어른들은 못생긴 것들 앞에 항상 '복'이라는 말을 붙여 불렀습니다. 내 복귀는 한 때 나의 콤플렉스이기도 했습니다. 아주 잠깐 천문학자가 된 꿈을 꿔보았고, 아주 잠깐 가수가 된 꿈을 꿔보았고, 에디터가 돼보고도 싶었고, 편집장이 돼보고도 싶었습니다. 글을 쓰는 작가를 꿈꿔본 적도 있네요. 세계 최고의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었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 딱 하나는 이루었습니다. 그것을 이뤄내고 나서야 그것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요.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꿉니다. 꿈은 그저 꾸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까요.


Q. 어린 시절의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느 때의 당신일까요? 그리고 주된 내용은 무엇일까요?

10대, 참 오래도록, 매일 아팠던 나에게 편지를 쓸 겁니다.
아픈 건 나쁜 게 아니라고.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괜찮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네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만큼 아파할 수도 있는 거라고. 너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그 모든 시간이 잘 지나간다고. 너는 점점 더 너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그러니 너무 외로워말라고. 나도 너를 사랑한다고.


Q. 어릴 때 신앙생활을 했나요? 지금도 신앙생활을 하고 계신가요?
모태신앙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나는 성직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죠. 지금은 신앙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다시 종교라는 것을 가진다면, 나는 달라이 라마 곁에서 수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탁발승이 되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일 것 같거든요.


Q. 당신의 첫 친구는 누구였어요? 그 친구와 주로 무얼 하며 놀았나요?

첫 친구를 어떻게 사귀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동네에 모여 놀던 동갑내기 친구 들이었을 텐데 그중에는 민아, 보람이, 슬기, 성욱이, 승현이, 영훈 오빠. 나는 신기하게도 이 이름들만큼은 기억 속에 꼭 쥐고 있습니다. 그중에 누구와도 연락하는 사람은 없지만 말이에요. 우리는 동네 놀이터에서 그네 바이킹을 타고, 두꺼비집도 만들어보고, 유리병 안에 개미를 모으는 것도 했지요. 사방치기, 봉숭아 빻아서 물들이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공기, 숨바꼭질, 씽씽이나 롤러스케이트 혹은 블레이드 타기,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 치기 등 여느 동네 아이들이 할 법한 것들은 모두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살던 동 앞에는 내리막길로 된 주차장이 있고, 그 꼭대기에는 아주 작은 동산이 있었지요. 우리는 씽씽이를 타고 내리막길을 거슬러 올라간 후, 씽씽이 발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오는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아주 작은 동산은 아이들 세 명정도가 들어갈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이 때로는 아지트가 될 때도 있었지요. 나는 롤러스케이트와 블레이드를 엄청 무서워했는데, 특히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것이 끔찍이도 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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