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믐 May 16. 2022

24일 차

2022. 05. 16

Q. 당신은 언제 첫 연애를 했나요?

연애가 뭔지 알고 한 것은 대충 열아홉-스물 정도였을 겁니다. 연애가 뭔지 모르고 한 것은 열네다섯 즈음? 10대의 나에게는 연애라는 것이 현실성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런 것들을 궁금해하기에는 견뎌내야 하는 것이 너무 많고 컸기에. 나를 좋아한다면서 사귀어보자고 얘기하는 친구 몇몇을 거절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관계는 몇 달 가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나는 그 친구들의 애정표현을 들을 때면 어떠한 반응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자니, 내가 너무 싫어질 것만 같았고요. 그 애들은 그런 나에게 상처받았을까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 나이에도 알았다니 아마도 그 애들은 그때 나보다 더 성숙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애가 뭔지 알고 했던 연애도 무엇을 처음이라고 얘기하는 게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됩니다. 열아홉 것을 처음이라 얘기하자니 너무 수치스럽고, 스물을 처음이라 얘기하자니 너무 평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스물의 연애는, 여느 스물의 연애와 비슷해 보입니다. 나는 그것이 썩 맘에 드는 것 같습니다.


Q. 상대를 만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상대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상대는 초등학교 동창이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는 몰랐었고, 나이를 먹으며 어떻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나는 10대의 끝자락에 그 친구와 꽤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만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지요. 어떤 방법으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나를 불쌍히 여겨주었죠. 나는 그 점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불쌍히 여겨서 더 불쌍해지지 않기를 바라 주는 그 마음이 나는 좋았습니다.


Q. 지금 연인은 몇 번째 만난 사람인가요?

내가 세고 싶은 대로 세자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지금의 연인은 여섯 번째 연인입니다.

내가 원치 않는 대로 세자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열둘.


Q. 당신이 만난 이성들 간에 공통점이 있나요?

그들은 하나같이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헤아리기 어려워했습니다. 내가 나를 잘 설명하는 방법을 알게 될 때까지는 나는 그들을 이해시킬 수 없었고,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나로 하여금 내가 이해받을 수 없음을, 내가 사랑받을 수 없음을, 엄마, 아빠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내가 사랑받지 못함이 당연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했습니다. 나는 이별 중독자처럼 나는 이번에도 사랑받을 수 없다며 그들을 밀어냈고, 그들의 입을 통해 인연이 끊어졌습니다. 그들 간의 공통점은 사실, 그들을 만나는 동안 내가 한결같이 내가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던 것일 겁니다.


Q. 지금 연인과 첫 연애를 한 그 사람과의 공통점이 있다면요?
지금의 연인과 스물의 연애를 비교해보죠. 그들은 모두 순수합니다. 순진하기도 하죠. 그들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들은 고집이 셉니다.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맞춰주거나 나를 위해 헌신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삽니다. 뾰족한 부분은 없지만, 작정하고 다듬어지지도 않은 조약돌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3일 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