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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May 23. 2022

31일 차

2022. 05. 23

Q. 당신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해야 그것을 가질 수 있나요? 그것을 가지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나요?

나는 큰 집을 가지고 싶습니다. 얼마나 큰 집이냐면, 대저택 정도의 집이에요. 나를 위한 가든, 한 40분은 걸어야 전체를 다 볼 수 있을만한 가든도 있는 집이죠. 그것만 가지고 싶은 게 아니에요. 나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모든 공부를 다 하고 싶고요. 나는 돈과 명예와 권위를 가지고 싶죠.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어요. 세계 곳곳에 내가 지낼 멋진 곳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남을 돕고 도우 고도 부유할 만큼 부유해지고 싶어요. 내가 영험해지면 그것들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믿죠. 내가 나를 갈고닦아, 공부와 수련을 거듭하여, 깨어 있고, 깨어 있음으로 남들을 돕고, 누군가에겐 큰 보상을, 누군가에겐 어떤 보상도 받지 않죠. 하지만 그런 과정으로 나는 끝없이 부유해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내로라하는 일인자가 되겠지요. 위인, 뭐 그런 게 되고 싶은 걸까요? 내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Q.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하나요? 그 행동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갖게 되었나요? 

위의 질문과, 이 질문은 내가 만든 질문입니다. 내가 이 두 가지 질문 덕분에 많은 것을 느꼈었거든요. 나는 깨어있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한 경험들을 그 의도에 충실하게 배움으로 승화한 사람이죠. 이제는 나의 배움이 경험으로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나는 기획하는 사람이며, 나는 헤아리는 사람이고, 나는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나는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고, 지혜를 추구하는 사람이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경험하고 인식하고 이해하고 알고, 안 것을 다시 인식하고, 경험하고, 이해하고, 무한한 순환의 행동을 합니다. 나는 그것들을 기록하고 표현합니다. 그 행동들을 통해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유를 갖게 되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 더 자유, 아주 약간의 자유를 더 가져가고 있죠. 


내가 이 두 질문을 만든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리는 목표지향적으로 살아가라고 학습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목표만을 중시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지금 내가 가진 것들보다는 지금 내게 없는 것들에 집중하기가 더 쉬워지죠. 그게 욕심이 됩니다. 내가 그걸 가져야 내가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착각에 빠지죠. 그런다고 그게 가져지던가요? 저는 불행히도 내게 이미도 없던 것을 새롭게 갖게 되는 경험은 거의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집중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괴로움 자체입니다. 끊임없는 좌절감과 상실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불행해지다 나를 잃어버리죠. 지금 가진 것들조차 잃어버립니다. 내가 잊었기에 그것들은 내게 없는 것이 됩니다.

나는 그 말을 조금 고치고 싶어 졌습니다. 우리는 목적지향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이에요. 의도를 명확히 알고, 그것을 붙들어야 한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그것을 왜 하고자 했는지, 내가 그것을 하기 위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내가 목표로 삼았던 것들은 어쩌면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그것을 이룰 수 있느냐, 가질 수 있느냐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이미도 괜찮고, 내가 잊어버린 것들을 다시 알게 됨으로써 나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 됩니다. 때로는 나는 이미 그것을 가졌음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나는 이미, 내가 되고 싶었던 나였음을 알게 됩니다. 사실상 되고자 하는 나는 나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이 내가 되고자 하는, 지금의 내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순간부터 되고자 하는 내가 가지고자 한 것은 가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죠.

나는, 당신은, 이미도 괜찮습니다. 여전히 충분하며,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Q. 당신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나는 끊임없이 변하기에, 그것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죠.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던데, 얘는 뭔데 계속해서 달라지는 거지? 오래 알고 보면, 그런 관전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의 모든 알아차림을 표현하는 데에서 나와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 생각과 감정들이 있을 겁니다. 


Q. 지금까지 본 드라마/영화/소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 이유는?

한 가지를 꼽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냥 문득 생각난 작품은, 노희경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작품입니다. 그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책이었어요. 꽤 어렸을 때였는데 10대였는지 스무 살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서점에서 그 책을 보았고, 그 자리에서 반을, 그리고 그다음에 다시 서점에 가서 나머지 반을 읽어버렸습니다. 책을 사지는 않았기에 서점 주인에게는 꽤 민폐였지만.. 게다가 엉엉 울어버리느라 책에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계속 애를 써야 했지요. 연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보지 못했고,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서는 내내 오열을 해야 했지요.

나는 노희경 같은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그런 작품을 꼭 하나는 쓰게 될 거라고 믿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과정에서 겪는 모든 감정을 단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표현한, 전달한,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을. 나도 매일 같이 느끼며,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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