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나는 한 때 런던에 살았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종종 런던의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기에 때때로 반가움과 그리움을 안겨주지만,
그 약간의 향수를 위해 참아내야 하는 지긋지긋함이 너무 크달까.
쓰고 보니 참 삶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런던에서 가이드를 한 적이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 대영 박물관, 템즈 강을 끼고 주요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나이트 시티 투어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와 대영 박물관은 하루에 걸쳐서 같은 손님들과 진행되었다.
이른 아침 한적한 대영 박물관의 입구에서 지금은 명칭이 기억이 안나는 지붕의 조각상들을 설명하며 인류 문명의 탄생을 이야기했다.
어떤 투어는 피카딜리 서커스의 한 복판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투어는 국회의사당 맞은편에서 시작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런던의 한 복판에서 시작되는 투어에서 나는 항상 빌리 조엘의 피아노맨을 틀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무엇이 되지 못할 것만 같아, 무엇이 되고자 떠나와 이미 무엇이었음을 알고 돌아가는 것이 여행이라고.
당신들이 이곳에서 이미 무엇이었음을 찾아서 돌아가시길 바란다며, 그들의 이국적인 밤을 열었다.
투어에서 내가 좋아하는 순간은 너무도 많았다.
밀레니엄 브리지 아래에서 내가 사랑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다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
처음 만난 사람들이 런던의 오래된 피아노바에서 다 같이 술잔을 부딪히며, 서로의 여정을 빌어주던 시간.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별이 뜬 템즈강, 타워브리지 앞에서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틀거나, 앤디 윌리엄스의 문 리버 같은 것들을 틀어주곤 했다.
나의 마무리 멘트는 언제나 한결같았다.
"언제든 떠날 사람처럼 머물고, 언제든 머물 사람처럼 떠나가는 것이 여행인 것 같아요.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소중하기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보다는, 만난 행운에 감사하기를.
여행처럼 살기를, 삶처럼 여행하기를."
나는 내가 만났던 여행객들에게 나만의 여행의 기술이랍시고, 이런 말들을 전하곤 했었다.
다른 이들을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매번 그 말들을 뱉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서 그렇게 여행하고, 그렇게 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렇지 못한 시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나는 나의 여행의 기술을 그렇게 소개하며, 울렁거리던 그 순간이 늘 그립다.
아, 내가 20대 여행객들에게 잊지 말고 당부하던 것이 또 하나 있다.
다시는 못 올 것처럼 남들 다 가는 명소들 끼워 넣지 마세요.
괜히 없는 시간 쪼개서 유명한 갤러리, 뮤지엄 돌지 마세요.
미리 계획하고 가지 말아요.
그냥 어느 햇살 좋은 거리 한 구석에서 그 나라 음식과 술이나 마셔요.
종이 지도를 꼭 사세요. 그것을 들고 빨간펜으로 표시하면서 다녀요.
그렇게 온종일 취한 채로 킁킁거리며 거리의 냄새를 맡아요.
여행에 기술씩이나 있어야 하나요.
온몸으로 기억하는 느낌 하나만 이라도 저장하고 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