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많은 기억을 지녔다. 버릴 것도 안을 것도 꾸역꾸역 집어넣다 이렇게 한번씩 넘친다. 그럴때마다 난 정리하지 못한다. 내 머릿속은 책장이나 서랍장 처럼 한번 뒤집어 엎고 툭툭 털어 차곡차곡 이건 여기에 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그건 그 자체로 쓰레기통처럼 구겨져 있으며 그것이 넘치면 나는 쏟아진 것들을 더 구겨넣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그것이 어리석은 사람이 과거를 숭배하는 태도이며, 미래에 등부터 보이는 소심함이었다. 찌그러진 과거의 기억들은 숨을 쉰다는 것 만으로도 나의 머릿속과 현재를 넘어뜨린다. 넘어진 것들은 혈관처럼 퍼져나가 나의 모든 것을 잠식하고 지배한다.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모든 신경들을 차단하고 그 속 어딘가에 웅크린다. 그건 또 다른 현재를 만들고 또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나는 그곳에서 잠시 머물다가 빠져나오곤 한다. 기억은 지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험도 아니고 그것은 단지 내가 무언가를 겪었다 라는 사실만을 증명할 뿐이었다. 그것이 사실이어서 나를 더 괴롭힐지는 모르나 그것은 번복되지도 않을 지나간 시간열차 한 켠에 실린 주인없는 화물이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그 운전석에 앉아 앞을 헤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시 달린 풀로 엮은 고리를 발목에 꿰어차고 사는 것 같다. 기억한다는 것, 인간이 감당해야할 또 하나의 축복과 저주.
201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