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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02. 2022

41일 차

2022. 06. 02

Q. 당신은 무슨 일을 하세요?

나는 기획자입니다. 예전에는 나를 마케터, 전략가 따위로 부르고 싶었는데, 요즘엔 나를 기획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제야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게 '기획'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제야 많은 기획자들이 가지지 못한 '실행력'이라는 것을 나는 탑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Q.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다르게 대답해야 할까요?


Q. 당신이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어떤 점인가요?

기획을 하다 보면 '이거다!' 영역에 들어오는 무언가가 나와요. 그냥 마치 그것을 만나기로 되어있었던 것처럼 나오죠. 이렇게 얘기하고나니 마치 어디로 가든 그곳으로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 길의 안개와 수풀을 헤치면서 나아가는 것 같은 상상이 되네요. 꼭 영감을 받아서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남아있다고 생각했다가, 최근에 '그런 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군'이라고 생각했다가, '흠, 나는 여전히 영감이라는 것을 받고 있었군!'이라는 안도가 드네요.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모든 것들을 해보고 싶어 하죠. '이거다!'하고 떠오른 것들을 실행해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커다란 좌절감과 무력감이 들게 합니다.

기획은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정의하는 작업입니다.

실행은 그렇게 잘 정리된 생각에 숨을 불어넣고 실체를 만드는 일이죠.

실행의 과정은 때때로 고통을 수반하지만, 그 과정까지가 기획자의 일에 포함된다고 봐요. 이렇게 쓰고 보면 내가 언젠가 꿈꾸었던 디자이너의 일과도 크게 다른 것 같지 않군요.


Q. 지금까지 당신이 주로 해온 일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나는 제로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은 아닙니다. 있는 것들을 해체하고, 재조합하고, 이리저리 실험해보죠. 나는 혼자서 일했고, 혼자인 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어떤 영역의 책임자였다는 점에서 혼자였고, 그 책임을 지는 역할로서 혼자였지만, 그 책임을 다하기까지 나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실행을 할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붙을수록 일이 됩니다. 

나는 또 뭔가를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고, (저는 개인적으로 온갖 종류의 정리를 좋아합니다) 일이 되게 만드는 역할이 주로 주어졌죠. 


Q. 당신의 어떤 점이 그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세요?

과도한 책임감, 과도한 몰입감, 처한 상황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

여러모로 나는 일을 하는 것에 아주 적합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나는 조직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죠. 하, 이 딜레마를 어째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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