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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04. 2022

43일 차

2022. 06. 04

Q. 오랫동안 혼자 해온 공부가 있나요?

인생공부?


Q. 박람회나 회의, 학회 등에 참가한 적이 있나요? 어떤 박람회였나요? 그때 당신의 소감은 어땠어요?

회의는 밥 먹듯이 하죠. 나는 말을 잘하는 편입니다. 굳이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준비하지 않아도, 적어도 내가 말해야 하는 내용들이 내게 온전히 인지되어 있다면, 해야 할 말들은 모두 오해 없게 전달하는 편입니다. 쉽게 설명할 줄도 알고요. 특히 회의 리딩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뭔가를 나서서 진행하고 정리하지 않습니다.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아서 쓸데없는 이야기로 질질 늘어지는 회의를 나는 극혐 하는 편입니다. 내가 진행하는 회의에서는 명확하게 우리가 오늘 어떤 이유로 모였고, 무엇을 얻어가야 하는지를 합의하죠. 모두가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모두가 합의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정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회의를 어렌지 하는 것도 직접 하는 편이고요. 특히 회의에서는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꽤 효율적이라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마커펜을 잡고 서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주도권이 쥐어지죠. 내가 리딩 한 회의에서 어떤 멤버들이 이렇게 "회의다운 회의는 오랜만이다", "너무 나이스 했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죠. 기분이 좋은 일입니다.

학회와는 연이 멀었고, 박람회는 개인적으로는 아니고, 당시 머물던 회사에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매우 수치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나는 머지않아 이 회사 사람이 아닐 예정인데, 더할 나위 없는 이 회사 사람처럼 차려입고 행동해야 했죠. 아무도 그것에 고마워하지도, 인정해주지 않는데도 말이에요.


Q. 당신은 충분히 공부했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가 [닥터 스트레인저]에서 주인공의 육체는 잠을 자고 있는데, 영혼은 옆에 깨어서 책을 읽는 장면이 있죠. 나는 실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요. 안되면 헤르미온느의 모래시계라도 갖고 싶죠. 궁금한 게 너무도 많고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그것들을 다 하고 떠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을 때, 내 안에 올라오는 모든 배움과 실현의 욕구가 끝났을 때 나는 비로소 이번 생에서 하차하게 될 겁니다.


Q. 공부를 더 하고 싶으세요? 어느 분야의 공부를 더 하고 싶은가요?

인생공부요. 아주 오래도록 느꼈던 아이러니인데, 나는 삶을 끔찍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통이 지속되기에 지겹다고 느꼈지요. 하루빨리 생이 마감되기를 바라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이토록 하고 싶은 게 많음을 인지하면서, 내가 생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없는 좌절감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누군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거나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으며,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경험'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인생공부가 곧 사람 공부고, 사람 공부가 곧 마음공부죠. 나는 인간 존재의 원리에 대해서 어떠한 의뭉스러운 점이 없는, 모든 것을 '아는' 상태가 되고 싶습니다. 마음 챙김, 불교학, 뇌과학, 요가, 죽음학, 심리학, 꿈 분석, 그리고 관련된 부수적인 것들(레이키, 트라우마 치료, 동적 명상, 춤 명상, 아로마, 오라소마, 싱잉 볼, 미식 명상 등)까지 통합적인 웰니스 솔루션을 위한 모든 것을 습득하고 싶어요.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나는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춤도 배우고 싶어요. 그림도 더 그리고 싶고, 집도 짓고 싶고, 재단도 만들고 싶고, 영어도 훨씬 더 잘하고 싶고.. 어휴.


Q. 더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 사는 세상은 시간이 곧 돈인 세상입니다. 돈이 필요하면 시간을 써야 하고, 시간을 쓰면 돈을 포기해야 하죠. 공부라는 것은 모름지기 돈과 시간이 모두 드는 일인데, 아직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형편은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틈틈이 그것들을 접하고, 익혀나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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