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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05. 2022

44일 차

2022. 06. 05

Q. 당신이 생각하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당장 공부를 시작하겠어요? 아니라면 이유는요?

그럼요, 나는 밤을 지새워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나의 자유의지가 더 많이 허용되는 일일수록 더욱 즐겁고 기껍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을 것만 같아요. 너무도 충만한 거죠. 물론 인간이란 모름지기 간사한 존재라 그런 기쁨은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보다는 훨씬 더 즐거울 자신이 있어요.


Q.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어떤 종류의 일인가요?

공부도 일이라면 나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일, 그것에 몰입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들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일들을 좋아하죠. 나에게는 아이디어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인데, 나는 그런 면에서 아이디어가 상당히 많은 사람입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 똑같다고, 남들과 비슷비슷한 생각들도 물론 있지만 다른 사람보다 그것을 꺼내는 순발력이 좋을 때도 있고, 또 남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도 있죠. 나는 내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모조리 실행해보고 싶습니다. 또 나는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죠. 어떤 개념의 정리, 상황의 정리, 문제의 정리, 해결하는 방법이나 순서의 정리, 관계의 정리, 너저분한 것들의 정리, 정보의 정리 등 정리는 정말로 즐거운 일입니다. 뭔가를 쉽게 설명하고 그것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었음을 느끼는 순간도 좋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일, 생각이 확장되는 일,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거나 나 스스로 변화를 겪는 일 등을 좋아합니다.


Q. 당신이 가장 쉽고 재미있게 해내는 일은 어떤 유형이지요?

나는 애초부터 불가능해 보이는 일은 해내는 것에는 크게 마음이 동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겠다 싶은 일을 잘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욱 큰 성취로 다가오죠. 나는 나의 생각을 잘 전달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일들을 쉽게 하는 편입니다. 재미라 하면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와 연관이 되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코칭이라거나, 내가 동하는 어떤 가치, 홍익인간적 가치가 있을수록 재미가 있죠. 분명히 무언가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생각들은 내 안에만 갇혀 있는 것을 못 견뎌합니다. 그것은 밖으로 꺼내 주어야만 해요. 


Q. 동료나 주위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당신의 재능은 무엇인가요?

일을 되게 하는 것. 이 말을 여기저기 하도 많이 해서 내가 언젠가 이 인터뷰에서도 이런 말을 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은 모두가 할 수 있죠. 그 아이디어를 남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일도 많은 사람들이 잘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일에서부터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어요. 누군가는 그것을 추진력이나 실행력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책임감이라고 부릅니다. 내 아이디어에 대한 예의, 그런 생각과 그런 생각을 떠올린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 그 아이디어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 뭐 그런 겁니다. 하지만 단순히 PM 역할을 맡기는 것은 안됩니다. 왜냐하면 그 일의 필요성을 느끼고 제기하는 것도 나여야만 하고, 그 일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를 기획하는 것도 나여야만 합니다. 그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을 때에 나는 신이 나죠. 동시에 무언가를 실체화하는 것은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고 생각합니다. 출산도 무언가 새롭게 탄생하는 것과 같지요. 그 고통을 기꺼이 이겨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가장 좋은 방법은 한마음 한 뜻으로 그 고통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수월해집니다. 내가 거의 겪어보진 못한 상황이지만서도요.


Q. 당신이 하는 일 가운데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요?

흠. 나는 포기가 쉬운 사람입니다. 아니다 싶은 것은 빨리빨리 접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죠.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포기한다기보단 그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것을 포기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나는 빠르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이 잘 맞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없습니다. 삶이라는 것은 온전히 존재한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나는 그 방법의 일례로 이런 이름을 가지고, 이런 몸을 가지고, 이런 선택들을 하면서 살아보는 것이지요. 죽는다는 것은 아마도 그 방법에 대해서 할 만큼 다 했다는 결론에 이르렀을 때지 않을까요? 그리고 아마도 삶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삶의 방식이든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를 다 풀었을 때 죽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다른 관점으로 얘기한다면, 네, 내가 처음 들었을 때도 굉장히 인상 깊어서 나 스스로도 많이 쓰는 말이 있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종종 신뢰, 일과 관련된 약속 등에 쓰입니다. 예전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약속한 데드라인은 지켜야지, 약속한 퀄리티는 지켜야지 뭐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나만의 원칙에 사로잡혀서 일을 하곤 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속 가능하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가 파괴되는 경우도 많았죠. 지금은 조금 더 generous 하게 바라보고 행동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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