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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18. 2022

장례식장

버스를 탔다. 

피곤해 죽을 것만 같았다. 

눈이 감기고 온 몸에 힘이 없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지 벌써부터 까마득하다. 

이런 말들이 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지금은 정오를 넘긴 시각이다. 

차창 밖으로 화환을 싣고 있는 트럭이 보인다. 

문득 장례식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진심에 충실하거나 혹은 예의를 갖추어 정제한. 

진심 외에는 소란스러울 것이 없는 그런 곳에 가고 싶다. 

최근 나의 삶이 소란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나는 영국의 묘지공원을 좋아했다. 

그곳은 아주 넓은 자연이었고 몇천 년 전의 신원조차 불분명한 무덤부터 

예쁘게 꾸며진 무덤까지 하지만 꾸미고 꾸미지 않은 모든 것이 다 자연이었다. 

그곳을 어느 화창한 날 오후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 바퀴를 다 돌려면 몇시간즘은 거뜬할 것 같은 곳인데 나는 고작 두 명의 사람만을 만났다. 

바람과 빛과 돌과 푸르름이 가득했다. 

나는 그 고요함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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