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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22. 2022

61일 차

2022. 06. 22

Q.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글쎄요. 내가 태어남으로써 지금의 세상이 지금처럼 돌아가는 데에 한몫을 하고 있겠지요. 누가 그러덥디다. 과정의 결과가 되지 말고, 원인이 되라고. 내가 이 생을 마치도록 여전히 과정의 결과가 되어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겠지만, 나는 원인이 되어 살은 사람 중에 하나일 겁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원인이 되어 살 수 있도록 돕겠지요. 그것이 비단 이 세상 모든 존재 중 나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Q. 당신이 일반적으로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것과 당신의 소망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표현하는 것을 잘했던 것 같아요. 말을 아주 빨리 배웠다고 하더군요. 크면서는 누구도 의도되지 않았지만 아주 특별난 교육 덕분에 정리를 잘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컸고요. 그 과정이 너무 외롭고 고통스러워서 글을 많이 썼고요. 회사를 다니면서는 구조적으로 생각하기, 쉽게 설명하기와 같은 논리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났지요. 그리고 배우는 것을 잘하는 사람. 뭘 배울 때만큼은 저항이 별로 없어요. 뭘 배우거나, 표현할 때 저항이 별로 없습니다.

나의 소망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좌절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그것들을 해내며 부유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것도 배움, 표현을 연관 지을 수 있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 중에는 배움과 표현이 있을 겁니다. 배우는 것이 좌절당하고, 표현을 하는 것이 좌절당하는 경험. 그래요.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Q. 당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는 무엇인가요?

누가 뭐래도 '자유'라고 말하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창의', '창조'와 같은 그런 것들이죠. 근데 사실 이것들이 서로 다른 말 같지는 않아요. 자유가 없이 무슨 창의가 있고, 무슨 창조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영성'. 인간이 전인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본질인 것이 영성. 이것은 최근에서야 알게 된 개념이어서, 최근에야 중요한 가치가 되었지요. 그 외에는 글쎄요. 내게 별로 없는 용기? 믿음? 뭐 그런 것들. 내게 부족하기에 더 필요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런 게 있다면 나는 지금쯤 자유로웠을지도 요.


Q. 당신의 일생을 지배해온 사건이나 사람이 있는지 얘기해주세요.

최근에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책을 읽었습니다. 어쩌면 삶의 단편일지도 모르는 죽음이 삶의 전부를 얘기해주고 있더군요. 죽는다는 것이 참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것이 자연스럽도록 둘 때에 얼마나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것을 부정하고 살고자 발버둥 칠 때에 얼마나 충만함으로부터 멀어지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더군요. 여기서의 포인트는 죽음이 아닙니다. 삶의 자연스러움인 거죠. 나는 내 삶의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치 죽음을 앞두고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처럼, 나는 그것을 거스름으로써 내 삶의 시간들을 충만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선택하고 있지요. 그들에게 물었던 것처럼 나 자신에게도 물었습니다. 무엇이 걱정되고 두려운지. 나는 그것이 돈이고 생존인 줄만 알았지요. 오늘에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은 나의 어린 시절이 반복될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것이 돈과 생존과 동일시되어 있는 것이죠. 변화인지도 모른 채 마주했던 변화들과 결코 적응되지 않았던 오랜 세월들. 그 안에서의 위협, 두려움, 공포, 아픔. 나는 결국, 이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어요? 지금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났나요?

내 방을 잃었고, 아버지는 나를 버렸고, 엄마는 나를 지켜주는 사람이 아닌, 나의 삶을 저주하는 것만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다고 기억하는 일들이지요. 나의 현실은 달라졌지만, 아마도 나의 마음은, 나의 기억은,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해되었어요. 내가 나의 어린 시절과 화해할 때에, 나는 비로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테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충만하게, 또 부유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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