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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23. 2022

62일 차

2022. 06. 23

Q. 다시 그 상황이 된다면 그래도 같은 영향을 받을 것 같으세요?

다시 그 상황이 온대도, 같은 영향을 받지 않을 나일 때에, 내 삶이 달라지리라는 것을 막 깨닫던 참입니다. 아직은 자신이 없는 나라서, 아직은 무엇도 바꿀 수가 없습니다. 나의 무의식의 무엇이 그 상황을 만들었을까요. 버려지는 아픔이었을까요. 내가 무엇으로도 나로 존재할 수 없는 아픔이었을까요. 내가 무엇으로 존재하고자 하는지 모름이 만들어낸 경험이었을까요. 그 어린 내가 아닌, 지금의 내가 그 시절의 엄마를 만난다면 나는 가만히 들어줄 수 있을까요. 나는 말없이 안아줄 수 있을까요. 나는 나를 존중할 수 있을까요. 나는 나를 믿어줄 수 있을까요.


Q. 다시 경험하고 싶은 행복한 경험은 무엇이에요?

온갖 감각들이 살아 숨 쉬던 런던에서의 순간들.
나의 눈으로, 나의 코로, 나의 귀로, 나의 피부로 와닿는 그곳, 그 순간들. 그 충만함.


Q. 인생곡선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사건이나 퍼포먼스나 이벤트나 결과나 성과는 무엇인가요? 그 경험이 당신에게 어떤 메시지를 안겨주었다고 생각하나요?

글쎄요. 그저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밉던 곱던 이해되던 어떤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아도 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도 되는. 오랜 미움과, 오랜 아픔이 그냥 제 모습 그대로 존재하던, 제 모습 그대로 나와 함께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게 싫지 않았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하고, 자유로웠습니다. 그때 나를 찾아온 장면들이 내게는 너무 대단하게만 느껴졌지만 그 역시도 시간이 지나며 무뎌지고 잊힙니다. 흘러가야 하는 것들이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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