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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n 24. 2022

63일 차

2022. 06. 24

Q. 어렸을 때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었나요? 어떻게 살고 싶었나요? 오랫동안 지녀온 당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나는 꿈이 자주 바뀌었던 것 같아요. 피아노를 배우면서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가 조금 더 크면서는 음악가, 그러니까 최소 악기를 5개는 이상 다루는, 더 나아가 지휘자 같은 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엄마는 내가 앵커가 되길 바랬어요. 내 귀가 복귀라나, 최진실이랑 김주하 앵커의 귀랑 똑같다면서 세상의 소리를 잘 듣는 사람이 되라고 했지요. (나는 사실 납작귀로 태어났는데 할머니가 조물조물 만져서 이렇게 세워놓았데요..) 그러다가 천문학과 관련된 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보고, 가장 오래 꿈꿨던 건 디자이너였어요. 내 삶이 구질구질해질수록 나는 화려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미술, 음악, 무용, 글쓰기 등을 많이 했다 보니, 창작하는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 싶었죠. 그중에서도 나는 옷을 좋아해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세상에는 내가 입고 싶은 옷이 너무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유학을 갔다가 나는 디자인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과를 가게 되죠. 나는 그게 패션에 대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는 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는 더 큰 개념이었습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그게 마케팅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았죠..ㅎ 중학교 때는 잠깐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좋았거든요. 이따금씩 연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20대에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그건 언젠가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나의 작품이 하나라도 세상에 나온다면 될 수 있는 것일 테니까요.


Q. 그 꿈을 지금 당신은 이루었나요? 아니면 이뤄가는 중인가요?

나는 저 중에 무엇도 이루지 않았습니다.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기에,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지요. 나는 언제든지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마케터가 되는 계획은 없었지만, 흘러 흘러 그렇게 되었고, 코치가 되는 계획도 없었지만 흘러 흘러 그렇게 되어가고 있지요. 지금은 나는 다른 꿈을 꿉니다. 나는 언제나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동시에 여럿이 될 수 있을 겁니다.


Q. 어딘가에 당신의 꿈에 대해 써두었나요? 뭐라고 쓰셨나요?

글쎄요. 나는 일기를 많이 썼습니다. 크면서는 싸이월드에 사천 개가 넘는 글들을 남겨두었죠. 그 모든 글들은 거의 없어졌을 겁니다. 설령 남아있다한들, 그곳에 내가 꿈에 대한 말들을 어떻게 써두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Q. 그 꿈은 무엇인가요? 그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내가 가장 오래 품어왔던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은, 사실상 패션 디자인이 좋았다기보다 나를 구제해줄 거라는 어떤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화려하게 입고, 화려한 삶을 살고, 부자가 되고, 그것이 훨훨 날아갈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지요. 지금 내가 마케팅을 하는 것도 뭐 비슷한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보다도 어쩌다 운 좋게 걸릴지 모르는 결과의 어떤 단면을 꿈꿨던 게죠. 그러다 보니 항상 의심이 들고, 충족되지 못하는 느낌에 휩싸였습니다. 물론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지만요.

그러면서 그저 그것을 하는 것만으로도 기쁜 것이 뭐가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라고 단정 지을 순 없겠지만 내게는 글을 쓰고 코칭을 하고, 존재의 본질과 관련된 공부와 탐구, 검증을 하는 일이 그러합니다.


Q. 지금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부유한 영성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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