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송년 각성의 글

by 그믐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한 해는 단 한번씩의 월화수목금토일을 남겨둔채 공허의 샘을 자극한다.

두번 살지 못할 2012년 일곱번의 마지막 하루들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보람계획을 세워본다지만, 356일에 지친 머리는 창의성이 부족하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언제쯤 시간의 시작과 끝에 맞추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산뜻한 마음으로 새로 뜨는 해를 두 팔 벌려 맞이할 만큼 결백하지는 않아, 그 특별한 정기가 온 몸 스며들도록 내버려둘 용기도 힘도 남아있지 않다.

헌해와 새해가 교차하는 점은 그 가느다란 초침이 한번을 움직이는 사이에 존재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이가 먹을 수록 초침의 위대한 한걸음에 많은 희망을 걸지는 못하게 된 것도 같다.

내 인생 단한번 멈춰서있을 스물세번째 계단에서 뭐 그리 많은 것들을 했다고 벌써 다음 계단으로 올라서야하나,

고작 일년 서있었을 뿐인데 무릎은 왜 이리도 삐걱거리는지,

무슨 미련한 마음에 그토록 별 오르지도 못한 지난 계단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지.

그렇게 또 한번 나는 지나가는 초침의 등떠밀려 얼떨결에 휘청이며 다음 계단을 오르겠지.


언제나 의미부여를 해야했던 나도, 의미의 덧없음을 업고 살아가는 법을 배운건지

나는 올해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웠고, 활기찼으며, 수많은 사람과 기회 속에 둘러쌓여있었고, 그럼에도 외로웠으며, 밝은 기운에 둘러쌓일수록 지쳐있는 나를 발견했고, 여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이 무언가 옳게 되어가는 과정 중에 떠나보내는 연말이었다.

가장 큰 화두는 휴학이 아니었나 싶다.

하고 싶어서 한 줄 알았던 휴학은, 해야되서 한 일이라며 나를 조롱했고, 나는 그의 비웃음에 감당하기 힘든 우울함으로 침묵했다.

여전히 나는 의기소침한 구김을 펴지못해 안달이나있고, 글쎄.

그 위대한 1초가 지나고 나면 기분상 조금은 어깨로 툭툭 건드려볼 힘이 생길런지도.


어른이 되기 시작한 이래의 삶은 각박해져갔다.

눈 한번 팔 새도 없이 굳어져가는 감정의 숲을 그저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며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어떻게 자라고 꺾이는지 알 새도 없이 무성해진 나의 숲이 아름다울 수만은 없었던 과거로부터의 결여뿐이었다.

표정을 잃어버렸고 그것을 읽는 법을 잊었으며 사람을 의지하려는 마음도 둔탁해져만 갔다.

여전히 굳어지지않으려 발버둥치는 감정들은 날카로운 신음소리로 안타까움과 목조여오는 괴로움을 드러낸다.

노골적이었으며,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절규에 익숙해져가고 있고, 반복되는 자극에 둔해지고 있다.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느끼고 판단하고 기억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무감각의 고통을 안아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 하다.


모두가. 다른 눈금으로 같은 것을 잰다.

어쩌면 우리시간의 시계도 각기 다른 길이의 1초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새로운 날을 맞이할 마지막 한주 또한 이미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

모든 것들이 과정 중에 있다.

그저 우리는 초심을 잃고 퇴색해버린 우울한 노력들을 위한 예의로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는 듯한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 형식적인 의식이 마구잡이로 구겨진 존재로 하여금 스스로 얼마나 제 날개를 펴게 도와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자란만큼, 배운만큼, 남은만큼 행할 뿐이다.

특별한 각성같은 것은 없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지금의 송년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잊지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 뿐이다.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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