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이 거리를 구석구석 메워갈 즈음,
품안으로 안겨오는 아직은 많이 쌀쌀한 바람이 싫어,
마치 나는 푸름에 동의하지 않는 듯 걸음을 재촉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푸름도,
벚꽃의 작은 꽃잎 하나하나에 물든 푸름도,
사람들 표정에도 내려앉고 그들의 대화거리에도 스며든 푸름도,
억지 웃음을 지어내보려해도 무언가 섭섭한듯 쉬이 나아지지가 않더라.
화장을 지우고 메니큐어를 지우고 집에 들어와 씻으러들어가기 전 몇분.
지하철을 메우는 토요일 오후의 사람들 속에 섞이었을때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무언가 이곳에서라면 그 어떤 감정이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고
그 어떤 생각들이 불현듯 나타나 나를 깜짝 놀라게하더라도 들키지 않을 것 같은 안심이랄까.
그것이 나를 외롭게만들어도 내가 홀로 남겨졌다 여길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위로랄까.
밀려드는 걱정들. 이미 겪어봤기에 또 겪기 무서운 순간들에 젖어들까봐.
하염없이. 또 하염없었다
언제나 더 어려운 순간에 잘해왔던 나였기에
언제나 더 외로운 순간에도 꿋꿋했던 나였기에
어떻게든. 살아남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약한 마음이 자꾸만 드는 것은 왜인지.
계획대로 되는 삶을 살아본적이 없다.
끊임없이 계획을 바꿔야했고, 파도에 요동치는 작은 돛단배같았다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젊음이라지만,
나는 1년후의 나도, 10년후의 나도, 어느 것도 장담할 수도 꿈꿀 수도 없다.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이를 생각하며 힘을 내보자며
그렇게 꿈 속에서의 삶을 접어두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보자며.
꼬박 하루 남짓의 단꿈에서 깨어났다
어쩌면 1년이라는. 달다가 쓰다가 했던 그 꿈에서도 그만.
일어나야지, 학교갈시간이야. 하며 나를 깨우려들지도 모른다.
내가 돌아올 수 있는 꿈인지 모르겠다.
다시 잠든다고해서 계속해서 꾸게될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항상. 허무함을 느낀다.
나의 마음을 꽉채웠던, 나를 설레게하고 숨쉬게했던 그 모든것들을.
이제야 막 날아볼 수 있을까 했던 그 뜨거움을 채 가지지도 전에 내려놓아야한다
언젠간. 훨훨 날아보겠지
언젠간.
훨훨 날아가겠지.
201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