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지하철 한켠

by 그믐

언젠가 몇번 퇴근시간.

지하철 같은 칸에 서로를 기대어 서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다.

그곳이 서울인지라 그들의 차림새나 표정만 보아도 얼추 숨겨진 삶들이 읽혀질듯했는데,

그렇게 우린 피로에 피로를 기대며 말없이 서로의 지친 이야기들을 보듬고 보이지않는 위로에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서울의 지하철보다는 조금 한적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런던의 튜브 한켠에 누군가에게 읽힐지모르는 말풍선을 고이 숨켜두고 아직 채 소화가 덜 된 저녁식사때문에 밀려오는 졸음을 꾸역꾸역 참아보는 저녁 8시.

이곳은 서울보다 어려운 암호들이 곳곳에 얽혀있다.

표정을 보아도 신발을 보아도 차림새를 보아도, 알수없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인다

종종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무슨 꿈을 꾸고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는 것.

별 것 없을지 모르는 이 소소한 호기심은 요새 내게 가장 큰 골칫덩어리이다.

각박한 현실과 짜여진 틀에서 간간히 숨을 쉬며 살아나가는 서울 지하철 속 피로들과는 달리,

다소 자유분방하여 그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가늠조차할 수 없는 이들이 되려 안타까워보이는 것은 왜일지.

원하지 않는 내일일지언정 살아갈 다음 시간이 있는 피로가.

없어도 상관없을 내일을 살것만 같은 이 과부화된 피로들보단 나아보이는건 왜인지.

어떤 사랑을 하고 얼마나 따스한 안식처를 지녔는지.

무슨 꿈을 꾸고 얼마나 쫓으려 애쓰는지

눈길을 둘곳도 마음을 둘곳도, 소리없는 위로도 보이지 않는 포옹도 찾을 수 없는 런던의 튜브 한켠이 이토록 외로운 것은 아직 내가 외계인이어서인지.

혹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눌려 한없이 작아진 내가 잔뜩 주눅이 들어버린건지도.

아무도 서로를 신경쓰지않는 사람들을 신경쓰고싶다.

분명한 존재일 공통점에 녹록해진 마음을 기댈 수 있다면 그땐.

그땐 세상에 내가 사랑할 수 있고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게

훨씬. 더 많아져있을테다.


201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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