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치기

봄병

by 그믐

작년엔 9월부터 겨울냄새가 나더니 이번엔 갓 해가 바뀌어 까치설날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봄내음이 나는것 같음은 왜일까.

나는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속 따스함을 찾아든 손님들에게 허기를 달래줄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동료들과 수고를 덜고, 손님들의 미소에 하루를 덜어가는 일에 익숙해질즈음 나는 봄내음을 맡았다.

스무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전 리허설이라며 집을 떠나와 만끽하던, 꽃도 샘낼만한 어린 자유가 그리웠다.

백일홍이 만개한 돌담을 걸었고, 빗소리가 정겹던 작디작은 방에서 밤을 지샜다.

밤이 익는 소리를 듣고, 새벽이 오는 냄새를 맡는 게으름을 누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지지 않을 젊음이 넘쳤다.

깨끗하고 시렸으며, 갓 구워졌지만 다 익지는 않았던 그 때를 그리워하던, 작년의 겨울과 봄 사이를 나는 그리워하고있다.

에드 쉬린의 노래는 언제든 나를 런던에 맑았던 봄 한가운데로 데리고 간다.

노란 꽃이 만개한 마당의 춥지 않던 별하늘을 드리우고, 시원 섭섭한 하늘색 숨에 외로움의 여유를 담는다.

그리운 여유는 여유로운 순간에만 불쑥 나타나 빈 자리를 메우고 차 한 잔을 시킨다.

그러면 나는 아픈줄도 모르고 그 이야기에 잠기어 잔이 다 비어가도록 빛바랜 회상에 맘을 맡기다 차갑게 말라붙은 마지막 한모금에 눈물을 떨구기도 한다.

나는 언제나.

봄을 많이 사랑했다.

일년같이 보냈고, 일년을 위해 보냈다.

다른 온도 그 어느 때의 순간이 아름다웠다 한들 보슬거리는 비가 따스했고 실어나르던 바람의 이야기가 달콤했던 봄을, 언제나 그리워하고 있다.


2013.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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