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던 겨울 햇살이 모처럼 노란빛을 띄던 날 까페에 앉아 나른해져오는 몸을 가누며 우리는 존중을 나눴다.
그녀는 나를 오랜시간 존중해온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존중했다.
높을 존과 무거울 중이랬던가.
우리는 그 높이와 무게를 쌓기 위해 많은 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각자의 갈등에 비틀거리는 어깨를 말없이 잡아준 적도 있었다.
그녀는 그런 나이기에 나의 모든 행동을 이해해주었고
나는 그런 그녀이기에 그녀의 모든 생각을 믿을 수 있었다.
설령 상대가 옳지 않아 보이는 선택을 했을 지언정, 우리는 그 선택을 한 상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선택의 요인은 상대가 아니라 상대의 피해갈 수 없는 사정임 또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설령 상대가 모자라 보이는 선택을 했을 지언정, 우리는 그 선택을 한 상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 선택을 내버려두어 자연스럽게 결과를 마주하는 일을 응원했고, 서로의 성장과정을 흐뭇하게 격려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그녀에게 있었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이 내게 있었다.
오랜 시간을 알아가도록, 여전히 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았고 존중은 끝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존중할 수 없거나, 존중받지 못했던 이들에 대해서도 얘기해볼 수 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에서 그들은, 배울 것이 없었거나, 배우는 법을 몰랐던 것으로 경솔히 해석되었다.
좋은 사람을 하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좋은 것 빼고는 내세울게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특별하게 예쁘거나, 돈이 많거나, 똑똑하거나, 잘하는 일이 있거나, 성실하지도 않았다.
그의 좋은 정도가 꽤나 높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쫓았다.
그리고 나의 좋은사람도가 그와 엇비슷해졌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한심으로 치닫았다.
상대가 가진 것들을 다 배워버린 관계는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그 동안 나는 그의 있고 없는 것들을 알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다 배우도록 성장하지 못한 모습 역시 보았기 때문에,
우리의 친밀도로 인해 주고 받는 이야기들이 식상해졌고 지루해졌다.
나에 대한 믿음으로 들려주는 일과가 한심했고 고민이 처량했다.
그리고 나의 경솔함은 인생에서 꽤나 많은 사람들을 내가 더 잘난 것만 같은 착각으로 한심스레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또한, 아무리 어리석은 행동을 하였다 한들, 여전히 내가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라 여겨지는 이라면.
나는 그 행동을 적어도 이해해보려 노력했을 터였고, 답답함에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있더라도, 그의 편에 서있으려 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의 사연조차 듣기전에 한심한 의도부터 납득이 되기 시작한 관계는 성장이라는 공백기를 필요로 했다.
좋은 사람을 또 하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은 보통 이상의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내세워지기도 했고, 방관을 하기도 했으며, 나서기도했고, 숨기도 했다.
자신감의 매력에 끌렸고, 그의 존재를 쫓았다.
내가 존중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찾았다.
인간 관계에서 존중이란, 있는 그대로의 인정으로 남아버리기엔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는 그가 가진, 내게는 없는 것의 존재를 알려주었지만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고,
그는 그에게 없는, 내가 가진 것의 존재를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가벼움에 진절머리가 났고 겉도는 가르침에 분노했다.
즉석식품같은 관계.
그는 나를 취재했지만, 글로 쓰지 않았고,
그는 나의 취재를 허락했지만 글로 쓸만한 것들을 주지 않았다.
배우는 법을 몰랐던, 배울 맘이 없었던 간에 그것은 매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존중이라는 것만큼 수평이어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서로가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는 싹을 도려내기에 너무 늦어버린 독 품은 감자였고,
어느 한쪽만이 일방적으로 존중하고 있는 관계는 썩어가기 시작 시체나 다름 없었다.
존중은 배려의 동기가 되고 존재의 무게를 입증한다.
내게는 무거웠던 이의 나에 대한 경시는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고
내게는 드높아 추앙하던 것의 무너짐은 다시 일어설 힘을 잃게 한다.
듣지 못하는 이는 상대방의 듣는 모습만을 존중하며,
존중하지 못하는 이는 존중없는 가르침으로 자신을 깎아내린다.
누군가가 나를 다 배우도록 성장하지 못한 어리석음은 소중한 사람을 잃게 만들고,
내가 성장토록 머무른 이는 추억마저 잊게 한다.
존중하기 이전에 받아야 하는 이는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며
먼저 존중할 것을 찾아내는 이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사람이다.
지금 맺고 있는 인연들을 얼마나 높이고 중히 여기고 있는가?
그들의 존재의 무게는 어느 정도 인가?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
201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