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기대]
친구여, 언젠가 우리가 기대하며 사는 삶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네.
나는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네.
기대라는 행위에도 기대가 필요한 것이지만,
아마도 내가, 기대하는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 기대가 가져다줄 기대의 현실화가 아니라네.
그저. 기대하는 동안 내가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일 뿐이라네.
바라고 소망하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차적인 문제라네.
나는 다만,
그것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품', '부풀다', '부풀어있는' 그 시간의, 순간의, 감정의 에너지가 필요한 것일 뿐이라네.
내가 기대하며, 기대하는 것은; 그런 마음이 가볍게 해주는 발걸음, 옅게하는 뱉은 숨, 서글케하는 눈망울, 그 정도일 뿐이라네.
간혹 심심삼아 받아보는 매일의 운세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임하라는 문구를 발견할 때가 있다네.
나는 그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찾을 이, 찾아줄 이 하나 없음을 알면서도.
누군지 모를, 없을지 모를 누군가의 기다림을 기대해보며 하루를 살아본다네.
왜냐하면 알기 때문이라네.
그 바램없이 사는 하루의 고단함을, 그리고, '혹시'하는 믿음의 스펙트럼이 있는 하루의 감사함을.
바란다는 것, 기대한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의 단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바이네.
그리고 아마도 이 말들이 시사하는 바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불만족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없는 것들을 찾아서 기다리라고, 있는 것들이 뭔지 잊어버리라고.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을 바라라고, 가진 것조차 다 잃어버리라고.
부족한 것이 채워지길 기대하라고, 넘치는 것들을 모른채 지나가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네.
사람을, 사랑을, 기회를, 행운을, 인연을, 뜻밖의 소중함, 소소한 감동이나 작은 따스함을.
미소가 번지는 짧은 순간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열정을, 용기를, 격려나 위로를, 따뜻한 포옹이나, 애정어린 손길이나, 그 관심을.
나는 끊임없이 바라고, 기대하고, 기다리며 살 것이라네.
왜냐하면 적어도 내가, 걷는 길, 잘 뵈이지 않는 반짝이는 동전 하나를 찾는 마냥 그것들을 마딱드리기가 어려운 세상일지라 하여도.
앞만보고 사는 이들보단 그것을 발견키가 쉬울 것이요, 나와 같은 것을 기대하며 사는 이들을 발견키가 쉬울 것이요.
그럼 혹시 내가 가진 그 순간을, 온도를, 관심을 나눠주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리고 누군가가 건네는 그 마음을, 말 한마디를, 손짓을, 소중히 알아차려 받게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봄을 기다리며 사는 사람만큼 봄바람을 빨리 알아채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네.
친구여, 이정도면 기대하며 사는 것을 기대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자네가 자네 삶에 더 많은 기대들을 기대하며 살기를 기원하네.
현실에 감사해해도 고단할 수 있는 나날에 행복을 찾기를 기원하네.
어떠한 노력도, 어떠한 과정도 그 끝에서보다는 매순간에서 얻는 것이 더 큰 법이라네.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더 큰 행복을 만들지언정, 오늘 행복하지 못한 내일이 행복하기는 힘든 법이라고 생각하네.
행복해지게나.
그리고 그 행복을 나누어 주게나.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