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인가?
2025년 3월 30일, 제12회 아트 바젤 홍콩이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는 예년보다 더 많은 기대와 우려 속에서 열렸지만, 결과적으로는 91,000명이라는 역대급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홍콩이 여전히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이번 아트 바젤은 단순한 아트페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본토 시장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많은 이들이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긴장 속에서 홍콩을 찾았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예상과는 달리, 차분하면서도 진중한 열기가 느껴졌다. 펄 램(Pearl Lam)은 “수집가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자신감의 기류가 느껴진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VIP 프리뷰 첫날부터 블루칩 갤러리의 주요 작품들이 빠르게 거래되었고, 이후 며칠간은 더 신중한 수집가들이 깊은 대화를 통해 결정을 이어가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가장 주목받은 거래는 David Zwirner 갤러리의 쿠사마 야요이 작품으로, 2013년작 <INFINITY-NETS [ORUPX]>가 $3.5 million에 판매되었다. David Zwirner 부스는 이외에도 미카엘 보르만스의 <Bob>이 $1.6M,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작품이 $900K 등에 판매 되었으며, 이 밖에도 오스카 무리요, 마마 앤더슨, 로즈 와일리 등 다양한 중견 작가의 작품들이 $80K~$400K에 고르게 판매되었다.
Hauser & Wirth 역시 강력한 성과를 거두었다. 루이스 부르주아 <Cove>가 $2M, 쩡판즈의 <Untitled>가 $1.5M, 크리스티나 콰를레스의 작품이 $1.35M에 판매되었다. 이 밖에도 라시드 존슨, 마크 브래드퍼드, 이불, 니콜 아이젠만 등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100K–$550K 사이에서 거래되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MGM Discoveries Art Prize가 한국의 신민 작가와 서울의 P21 갤러리에 돌아갔다. 설치작품 <Ew! There is hair in the food!>는 사회 규범과 불평등을 신랄하게 비트는 주제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50,000의 상금과 함께 마카오 전시 기회가 제공되었다.
Art Basel Hong Kong 디렉터 Angelle Siyang-Le는 아시아 수집가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그들은 단순히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오지 않는다. 작가를 이해하고 갤러리와의 관계를 구축하려 한다. 미디어와 형식에도 개방적이며, 교육과 연결을 중시하는 새로운 수집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Discoveries 섹션이나 신진 작가 부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5년 아트 바젤 홍콩은 겉보기에는 ‘폭발적인 열기’보다 묵직한 에너지가 흐르는 전시였다. 하지만 작가–갤러리–수집가 간의 신뢰 회복, 그리고 질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는 측면에서, 이 페어는 분명히 회복의 단초를 제공한 행사였다. 그러나 몇 가지 불안 요인도 감지되었다. 특히 서구권 갤러리의 참여 비율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서구 수집가의 방문도 예년에 비해 저조한 편이었다. 이는 단순한 시장 흐름을 넘어,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적 긴장, 그리고 최근 글로벌 정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을 감안하면, 이번 아트 바젤이 보여준 회복세는 일시적이거나 부분적인 회복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단기적인 매출과 열기만이 아닌, 장기적인 균형과 세계 미술 시장의 재편 흐름을 함께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