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리티지 703, 내가 작가로 유명해지면 이곳도 유명해지길 바라지요
헤리티지 703
월요일 오후에 자주 들르는 카페다. 부담스럽지 않은 음악과 산뜻한 커피가 어우러져 밀린 글을 쓰기에 충분한 곳이다. 1층과 2층 사이, 계단 중간에 다락방처럼 탁자 하나와 의자가 여덟 개 놓여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천장이 낮고 창문 너머로 카페에서 가꾸고 있는 정원이 확 트인 뷰로 눈에 들어오고 하늘거리는 나무들이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갈 때마다 즐겨 앉는 곳이다. 북적이는 1층과 고요한 2층 사이에 존재하는 이곳은 도시와 시골의 중간에 있는 느낌을 준다. 그 모든 것을 어색하지 않게 연결해 주는 것은 음악과 진동벨소리다. 해리포터가 마법학교에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들어가는 4분의 3 승강장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이라 좋아한다.
의자에 앉아 미지근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나를 토닥인다. 커피 향과 익숙한 음악은 엄마품처럼 푸근하다. 벽 주변에는 카페 주인이 그려놓은 크림트의 그림이 놓여 있다. 황금빛 옷자락을 눈이 부시게 그려 놓았다. 청동으로 만든 작은 소품들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장소다. 핸드폰과 자판을 연결하고 글을 쓰고 아이패드로 드로잉 캘리를 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저녁으로 향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카페 주인을 위해 내 글이 실린 월간 에세이가 나올 때마다 한 권씩 선물해 주었다. 무더운 어느 날, 주인은 중간 공간에 에어컨을 켜 두었다며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글을 쓰는 나를 위한 배려다. 동네에 많은 카페가 생긴 지금은 한적한 곳이 되고 있지만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외지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인 적도 있다.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되었을 때, 이곳도 덩달아 유명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