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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건네는 쉼표'

월간 에세이 11월호에 글을 실었어요

by 가을웅덩이

'월간 에세이'에서 12회 연재를 제안받고, 11월호에 '마음의 풍경 5회, 계절이 건네는 쉼표'라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 계절의 흐름을 떠 올리며 글을 적었다. 아오리 사과에서 홍로 사과로 바뀌는 계절. 이제는 부사 사과로 건너갔다. 며칠 전 과수원을 하는 친구에게서 부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연락이 왔다. 10KG 한 상자를 주문했다. 부사의 출하 소식은 서서히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과 이야기로 시작한 글은 선로 안정화 구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9월에 무전기 모임을 마치고 평택에서 서울산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올 때의 상황이다. 역이 아닌 곳에서 기차가 갑자기 멈추었는데 차장은 선로 안정화 구간이라고 했다. 역에 서지 않는 기차가 지나갈 때까지 역에 서야 하는 기차가 기다려 주는 곳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에서도 선로 안정화 구간이 있음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연결 고리를 찾아서 글로 풀어 보았다. 누군가 바쁘게 지내는 동안 잠시 쉬어가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나 또한 어떤 때는 지나가는 기차가 되고 또 어떤 때는 정차하기 위해 잠시 기다려주는 기차가 되기도 한다.


삶의 언덕은 날마다 새로운 모양으로 찾아온다. 안정되고 평안한 하루가 있는가 하면 굽이치고 돌아가는 여울목 같은 날도 있다. 이 글을 쓰며 지나온 삶의 속도를 되새겨 보았다. 평안한 날보다 흐린 날이 더 많아서 당황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는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었구나.' 힘들었던 기억을 아물게 하는 반창고가 되었다. 삶을 마주할 용기를 주고 새로운 날을 기대할 희망을 주기에 감사하다. 신앙의 힘이 때로는 든든한 버티목이 되기도 한다.


부사 사과는 야채칸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서 베란다의 빨간 소쿠리에 한가득 담아 두었다. 친구의 마음만큼 양도 많고 맛도 좋다. 사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잠시 쉬어가려고 한다. 열심히 달려가는 이들을 응원하며 마음 편하게 쉼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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