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잎들을 보며 한 해의 루틴들을 떠 올려본다
늘 지나는 길 옆 담벼락에는 담쟁이들이 며칠 전까지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찬 바람이 불어오더니 오늘은 몇 개의 잎들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그저 스치듯 지나갔던 이곳이 오늘따라 특별해 보이는 것은
그 사이에 붉어지고 떨어진 모양들이 계절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달려온 한 해의 자취들이 떨어지는 담쟁이 잎들처럼
내 눈앞에 스쳐가고 있다.
하루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무언가를 루틴으로 정해서 해내고 있었다는 것이
새롭게 닦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과가 어떠하든지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하더라도
매일매일 루틴을 정해서 하나하나 쌓아왔던 것이 절차탁마의 시간이리라.
긴 글을 쓰기 위해 백일백장에 도전하고
이루어 온 시간들이
하나의 담쟁이 잎이 되어 뒹굴뒹굴하고 있다.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몰입해서 그 시간들을 채워 왔다.
'생각을 담그는 글쓰기' 전자책 출간이라는 결과물까지 얻을 수 있어서
마무리까지 잘 한 프로젝트였다.
전자책을 출간하려고 마음먹은 후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과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 것이 또 하나의 담쟁이 잎이다.
혼자는 힘이 들지만 함께 무언가를 시작하면 함께 이루어 갈 수가 있다.
더군다나 리더가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이루어 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시작한 무전기(무조건 전자책 출간하기)가 1기, 2기를 거쳐
20명의 저자가 24권의 전자책을 내게 되었다.
이제 12월이면 무전기 3기로 다시 전자책에 도전하고픈 이들을 도우려고 한다.
전자책 출간을 하기 위해 모여서 진행하던 무전기는
이제 하나의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코로나로 쉬고 있었던 피아노 학원에 다시 등록한 것도 올해 2월이다.
7월이 되자 11월에 학원 연주회를 한다고 해서
정해진 두 연주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년 정도 쉰 탓에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특히, 두 번째 곡은 재즈곡이라 빠른 템포의 연주를 한 적이 없어서
당황스럽기조차 했다.
처음에는 매일 저녁에 30분 정도 연습하는 것을 루틴으로 삼았다가
10월부터는 아침저녁으로 30분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담에 아직 붙어 있는 담쟁이 잎이다.
'아마존에서 내 공책을 판다고?'
큐리어스에 무전기 세 리더가 11월 16일부터 시작하는 강의 이름이다.
새로운 플랫폼을 이용해서 유료 강의에 도전을 한다.
혼자라면 도전하기 어려웠을 텐데 함께 운영하는 강의라서
부담이 덜 되어 안심이다.
담에 붙어 있는 또 하나의 담쟁이 잎이다.
담쟁이 잎들을 보며 올 한 해의 루틴들을 하나씩 떠 올려보았다.
쌓여 있는 낙엽들처럼 열정으로 이루어 놓은 루틴들도 있고
아직 담벼락에 붙어 있는 담쟁이 잎처럼 진행 중인 루틴들도 있다.
당당하게 담벼락을 넘어가는 담쟁이처럼
당당하게 이루어가는 루틴들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