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점심

나만의 시간

by 라라


혼자 먹는 점심



예전엔 혼자 밥을 먹지 못했다.
왠지 모르게 창피했고,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았다.
혼자 앉은 식탁 위로 불편한 공기가 감도는 것 같고,
숟가락 소리조차 크게 들리는 것 같아 괜히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먹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말하지 않아도 되고, 맞춰주지 않아도 되고,
그저 조용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나만의 호흡으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틈.
그 시간이 내겐 힐링이다.



구내식당 밥은 맛도 별로고,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잘 가지 않게 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도시락을 싸거나,
조용한 식당을 골라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도시락을 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잔디밭 너머로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엄마,
그늘 아래 오순도순 모여 과일을 나눠 먹는 동네 할머니들…
그 모습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자면
참 다정한 하루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그런 마음도 들고.



가끔은 다른 음식이 먹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내가 좋아하는 카레돈가스를 파는 식당으로 향한다.
식당은 넓고 사람도 많지만, 혼자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은근히 있다.
그러니 나도 눈치 보지 않고, 내 앞의 음식에 집중한다.
핸드폰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천천히 밥을 먹는다.
그 시간이 꽤나 여유롭고 평화롭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공원을 두세 바퀴 걷는다.

걷는 동안 머릿속이 정리되고, 속도 편해진다.
그러면 오후 시간도 한결 가볍게 시작된다.



요즘처럼 더운 날엔 도시락을 들고 야외로 나가긴 어렵다.
햇볕이 쏟아지고, 바람도 덥다.
커피 한 잔을 사러 나가는 길도 버겁게 느껴진다.
그럴 땐 조용한 휴게실을 찾는다.
사람이 없는 시간에 가면 혼자 밥 먹기 좋은 장소가 된다.
야외 벤치만큼의 바람은 없지만, 고요함은 나름의 위안을 준다.

입맛이 없을 땐 책상에 두고 다니는 단백질 셰이크를 꺼내 마신다.
그리고 계단을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면 묘하게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정돈된다.



점심시간은 참 빠르다.
천천히 밥을 먹고 나면 벌써 30분이 훌쩍 지나 있다.
그래도 나는 1시간을 꽉 채우고 사무실로 돌아간다.
나에게 필요한 만큼은, 내 마음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식당 선생님이 메뉴를 알려주신다.
“오늘은 들기름 막국수랑 전병 나왔어요. 맛있었는데 아깝네요.”
내일은 닭갈비라고 귀띔해 주시지만 나는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제가 싸 온 도시락이 더 맛있거든요.”
그분은 늘 맛있는 간식이 생기면 내 몫도 꼭 챙겨주신다.
작지만 다정한 배려, 그 마음이 고맙다.



오늘도 그렇게 점심시간이 지나간다.
크게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하고 조용한 한 시간.
하지만 내겐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다.
소란스럽지 않아서 좋고,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아서 편하다.

누군가 “왜 혼자 먹어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냥… 제가 싸 온 도시락이, 먹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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