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했던 관계들이 천천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조금 덜 낯선 마음
첫 만남은 언제나 어색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 가슴이 두근거리기 마련이다.
1년 전, 처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갔다.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나갔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의 용기만큼은 지금도
가상하게 느껴진다.
낯선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기소개 시간도 조용하고 조심스러웠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짧은 말 한마디를 하면서도 떨리고 긴장됐다.
이사 온 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한 번에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그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귀 기울여 들으려 애썼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모임에 대한 간단한 안내가 이어졌다
이후 본격적인 독서 토론이 시작됐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내가 말할 차례가 되면 공기가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 같았고, 나는 웃고는 있었지만 마음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말과 생각이 따로 놀고 나도 모르게 방어적인 태도가 나오는 순간도 있었다.
'첫 모임이니까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여봤다.
사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거나 불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이 모임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함보다 친근함이 먼저 느껴졌다.
'계속 이 모임을 이어가고 싶다.'
아직은 어색했지만, 그날의 만남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돌아보면, 나만 어색했던 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충분히 말을 하지 못한 걸, 혹시 상대는 무심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불편함을 줬던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몇 달간은 여전히 서먹했지만, 지금은 훨씬 편안해졌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나 역시 배려하려고 노력한다.
어색했던 관계들이 천천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색함을 통과한 뒤에야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여전히 낯선 얼굴들도 있지만, 마음은 이제 덜 낯설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른다.
한 번 인연이 생겼다면, 그 관계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좋아할 필요는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억지스러운 만남보다는,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계가 더 좋다.
앞으로도 또 다른 어딘가에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을 만났고, 때로는 나를 무시하거나 불쾌하게 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너무 미워서 일부러 연락을 끊은 사람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
이제는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 함께 있으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좋다.
그런 만남이 내 삶을 더 단단하고 따뜻하게 만든다는 걸,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