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인절미 팥빙수

by 라라



난 옛날 팥빙수가 제일 좋다.
요즘은 과일이나 초콜릿 과자를 부셔 넣은 빙수처럼 종류도 맛도 다양해졌지만, 나에게는 단팥과 인절미 가루가 올라간 옛날 빙수가 최고다.

아이들은 화려한 토핑이 얹힌 빙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네 식구가 함께 먹을 땐 두 가지를 시켜 나눠 먹곤 한다.
아무래도 아이들끼리 똑같은 걸 나눠 먹기 쉬워야 하니, 우리가 먹는 단팥인절미 빙수를 포기하게 될까 싶다가도,
나는 둘이 가위바위보를 시킨다.
"나도 내가 먹고 싶은 거 먹고 싶다고!"


올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처서가 지났는데도 가을은 멀기만 하다. 그늘에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빙수를 먹으러 나가고 싶지만, 나갔다가 더위를 더 먹을 것 같아 결국 배달을 시키기로 했다.

아쉽게도 배달빙수는 조금만 녹아도 그 맛이 확 달라진다.
얼음이 아삭아삭 살얼음처럼 입안에서 녹아야 제맛인데, 그 식감이 사라진다.
그래도 위에 올라간 아이스크림 한 덩이는 여전히 ‘킥’이다.
달콤함을 더해줄 뿐 아니라, 기분까지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는 종종 집에서 빙수를 해 먹었다.
아들이 얼음 가는 기계를 사 온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뭐 이런 것까지 사서 만들려고 하나’ 싶었지만,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싶어 마트에 가서 재료들을 사 왔다.

아들은 열심히 얼음을 갈고, 나는 그 위에 우유를 조금 부은 뒤 각종 재료를 올렸다.
아이들 취향에 맞춰 초콜릿, 오레오 과자를 얹고, 내 것엔 팥과 떡을 잔뜩 올렸다.
인절미 가루는 구하기 어려워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그럴듯한 빙수가 완성됐다.
수박을 사다가 수박빙수도 만들어봤고, 꽤 여러 번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얼음 기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구석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테지.


올해는 빙수보다 수박을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첫째 아이가 수박을 워낙 좋아해서, 그 큰 통을 혼자서 이틀 만에 비우기도 한다.
수박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계속 챙기느라 은근히 손이 많이 갔다.

여름 하면 역시 빙수가 떠오른다.
윤종신의 "팥빙수야~ 빙수야~" 하는 노래처럼, 더위 끝자락에 간절하게 생각나는 그 한 그릇.

빙수 하나 때려!
올여름, 그 한마디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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