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져도 다시 시작하는 놀이

레고

by 라라


내가 어릴 땐 레고를 가지고 논 기억이 없다.

그 시절에도 레고가 있었을 테지? 우리 집에만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큰아이가 4살, 5살쯤 될 때부터 주변에 블럭방이 많이 생겼다.

물론 집에도 다양한 블록이 있어서 집에서 놀 때도 있지만 가끔은 친구들하고 가기도 했다.

집에서 블록을 가지고 노는 걸 제일 좋아했다.

그래서 놀이동산도 만들고 자동차도 만들고 여러 가지를 만들면서 놀았다.

하지만 큰아이의 이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엉금엉금 조그마한 손으로 방바닥을 기어 다니기 시작한 순간부터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둘째는 오빠가 만들어놓은 레고 성들을 무자비하게 위에 엎어져 버렸다.

그러면 큰 아이는 펄쩍펄쩍 뛰고 울고 난리도 아니었다.

잘 달래주다가도 나도 지쳐서 나중에는 식탁 위에서 놀게 했다.

만족도는 별로 높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놀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주말부부를 하고 있었고, 난 혼자서 아이 둘을 감당해야 했기에 큰아이와 자주 놀아 줄 수가 없었다.


둘째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오빠가 식탁에서 놀고 있는데 손을 뻗어 만지다가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럴 때마다 아직 애 같은 우리 큰아이는 동생을 이해해 주기엔 너무 어렸다.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둘째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동생이 부서트렸다고 울고 있는 큰아이를 혼을 냈다. 안 그래도 억울해 죽겠는데 엄마까지 뭐라고 하니 얼마나 서러웠을지 지금에야 이해가 간다.


둘째가 말을 할 줄 알고 오빠를 쫄래쫄래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둘이 같이 놀기 시작했다.

잠시나마 육아에서 벗어난 느낌이 들었다.

둘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조금은 더 컸구나. 이런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괜히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레고놀이의 모습과 모형도 더 멋지게 만들고 그곳에서 같이 인형놀이를 하며 동생을 맞춰주는 큰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제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레고를 가지고 노는 일도 없지만, 가끔 조카의 레고를 보면 같이 모형을 만들어서 놀아주곤 한다. 그때도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와 놀아주지 못했던 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동생 때문에 레고가 부서져도 또다시 만들고 부서지면 또 만들고 놀던 큰아이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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