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를 타고...
오랜만에 KTX를 타고 친정인 전주를 향했다.
광명에서 전주까지 우리 네 식구는 모두 다른 자리에 앉았다. 매번 옆에 아이들이 앉았었는데,
오늘은 모르는 사람과 앉으니 불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다.
아이스커피를 사가지고 탄 나는 여유롭게 책 한 권을 꺼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이마를 스치듯 가볍게 내려앉는다.
KTX는 쉼 없이 달린다.
서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답답하지 않았고, 나는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남편도 혼자서 따로따로 앉아있었지만 다들 편안해 보였다.
왠지 나와 같은 마음인 것 같았다.
오랜만의 기차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듯했다.
다들 핸드폰만 보고 있었지만....
기차가 달리는 동안 창밖의 풍경은 물처럼 흐른다.
논밭 사이로 뻗은 작은 길,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들, 모든 것이 말없이 내게 말을 건다.
"잘 지내고 있니"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으면 시간이 천천히 되감긴다.
엄마가 싸주신 김밥을 들고 갔던 소풍날, 그 모든 장면들이 조용히 내 곁에 앉는다.
그사이 옆자리 사람이 내리고, 혼자 앉아있게 되었다.
아까도 불편한 건 없었지만 더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보니 이 기분이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로 행복했다,
책 내용은 좀 우울했지만 그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나갔다.
정말 혼자만의 여유를 느끼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친정에 가는 길이 좀 길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지만 2시간 후면 도착이었다.
기차는 빠르게 앞으로 가는데, 나는 천천히, 더 천천히 과거를 지나, 마음의 집으로 돌아간다.
전주역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따뜻해진다.
아직 멀리 있던 것도 아닌데, 늘 마음 한구석에 있던 그곳이 이제 눈앞에 펼쳐질 시간이다.
내려서 처음 마시는 전주의 공기는 늘 그렇듯 햇볕이 강력하고 뜨겁기까지 했다.
익숙한 바람, 익숙한 냄새, 익숙한 풍경.
돌아온다는 건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