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로 살아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연년생인 여동생과 나는 친한 자매사이였으면 정말 좋았겠지만 그러질 못했다.
나도 언니답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동생은 무척이나 욕심이 많고 고집이 아주 센 편이었다.
어린 내 눈으로 보기에도 엄마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뭐든 욕심이 많았던 동생은 공부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여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였다.
반면 나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노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동생은 완전 모범생이었다. 반장이며 회장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하였다.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숙제부터 하고 나머지 공부도 하고, 집안일까지 척척 도와주며 부모님을 잘 도왔다.
반면 나는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엄마는 항상 내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며 어딘가에서 놀고 있을 나를 찾으셨다.
그럼 난 한참있다가 집에 와서 항상 혼났던 기억이 난다.
동생은 조용하고 생각이 많았다.
나는 밝고 사근사근한 편이었다.
동생이 상을 받으면 온 집안이 축제처럼 들썩였다.
내가 똑같이 상을 받아와도, "수고했어." 한 마디로 끝났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나보다 동생을 먼저 보는 엄마의 눈을 의식하게 되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학교에 가고, 친구를 사귀는 모든 순간에 '나는 이래서 부족한가?'라는 질문이
달라붙었다.
내가 봐도 공부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 도와주는 동생이 이쁨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아빠는 너무 대놓고 나와 동생을 차별하셨다.
나에겐 모든 기대를 접으신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게 하셨고, 항상 몸도 약한데 공부를 하는 동생에겐 한약을 빠트리지 않고 먹이셨다.
그땐 동생이 약하니깐 그런가 보다 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나도 몸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항상 동생만 한약을 주는 게 서운하게 느껴졌다. 내가 한 번은 서운함을 내비치니 엄마가 너도 한약 먹을래? 이러시는데 됐다고 괜히 물어보지 말라고. 퉁명스럽게 말을 하곤 했다.
공부를 잘하니 항상 비교를 하는 모든 친척들과 동네사람들까지도 싫었다.
더군다나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동생은 나를 언니로 인정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날 마주치는 걸 창피해하고 언니라고 잘 부르지도 않았다.
우리는 마주치기만 하면 다투었고, 관계가 더 안 좋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나의 자격지심이 아니었나 싶다. 언니라고 인정받고 싶은...
나는 나와 동생을 비교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싫었다.
나의 자존감과 외로움,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나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사람들이 말하는 게 맞나 보다 어느 순간 쇠네를 당하는 것처럼 나의 의견과 주장을
내세울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무척이나 수동적이고, 말이 없어지고 그렇게 발랄했던 나는 자꾸 뒤로 발걸음 치는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다.
사춘기가 다가와서는 부모님과 나와의 갈등은 더 심해졌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던 내가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주말아침 6시만 되면 일어나서 도서관에 가서 줄을 서다 들어가서 공부하고 저녁이 다되어서야 들어오곤 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단순히 집에 있기 싫었고 가족 누구와도 마주치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혼자 책 읽기도 좋아했던 나는 나를 점점 내려놓았다.
'나'를 좋아한 적이 없었으니까.
동생처럼 되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이제 나는 혼자다.
누구의 그림자도, 누구의 기대도 벗어났다.
처음엔 공허했다.
침묵은 너무 컸고, 나는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버려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
나는 이제 나로 살아보려고 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으며,
그저 나로 존재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볼 거다.
어쩌면 많이 외롭고, 가끔은 또 흔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를 지키는 건 타인의 인정보다 내가 나를 알아봐 주는 눈길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나를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기다리고, 더 깊이 사랑하겠다고.
지금 비록 혼자이지만 나는 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시 나로 살기 위해 한 발 내디딘다.
이 시작은 시작이 나에게 희망이다. 거울을 봐도 그 속의 나는 나 같지 않았다.
말투도, 취향도, 웃는 얼굴도 익숙하지 않았다.
예전에 나는 조금씩,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내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