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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pr 30. 2020

부부 7

 불씨

주말 내내  재난 문자 소리가 요란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안동 인근 야산 지역에 산불이 발생하여 오늘도 불씨는 남아있다고 재난 문자가 온다. 바람이 많이 분  주말에는 시내 쪽까지  낙엽 타는 냄새와  산등선에 붉은 불빛도 보였다.  일요일 저녁, 저녁밥을 먹고 걸으러 나간 남편이 걱정되어 전화를 했으나 받지를 않았다. 걱정 반 짜증 반 전화기를 뭐 하러 가지고 다니나 싶어 마음속 불씨에 불이 붙으려 한다.



매캐한 냄새는 나지만 강변 쪽으로 나갔다. 걷는 곳이 비슷해서 돌아오는 남편을 만날 수 있다. 반대쪽에서 시커먼 잠바를 입고 얇게 입은 옷이 추웠는지 모자를 뒤집어쓰고 걸어온다. 따발총처럼 전화를 왜 안 받냐며 불씨에 불을 댕겼다. 7살처럼 싸우고 싶어  옛날 고리짝에 전화 안 받던 얘기까지 데리고 왔다.


마음에 불씨는 감추고 살다가도 여차하면 불이 붙는다. 재가 됐겠지 하며 살다가도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잘도 숨어있다. 한바탕 민둥산 만들고 다시 나무를 심고 살아가는 것이 부부인가 보다.


2020년 4월 29일  여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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