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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ug 13. 2020

보이는 것 3

50일 장마에도 계절은 바뀌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열고 날씨 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주야장천 내리는 빗소리는 안 봐도 굵은 빗줄기이다. 장롱 문 활짝 열고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려 눅눅한 이불과 옷에 콧바람 쏘여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점심밥을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늘 듬뿍 넣고 깨소금 뿌려 만들어놓은 된장을 상추쌈보다는 오이와 풋고추를 찍어 먹는다. 상추값이 한주먹만큼 에 5천 원. 긴 장맛비에 야채들도 살아남기 어려운 모양이다.


" 하염없이 내리네" 천둥소리에 혼잣말로 대답하며 하늘에게 뭔 일이 났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본다. 골목 안 아주머니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에고 그냥 보면 될 일인데 예쁜 봉숭아를 다 따간다 참 " 골목 안 어느 집에 봉숭아 피었나 보다. 





얇아진 빗소리에 밖으로 나가보니 뒷집에는 석류가 열렸고 골목 안 끝 집에는 감이 열렸다. 화분에 심은 봉숭아는 붉게 꽃을 피웠고 빨간 고추는 입추가 지나갔음을 확인시켜준다. 높게 나르는 잠자리가 코앞으로 지나간다. 이 비가 멈추면 폭염을 잠깐 맛보게 하고 초가을이 올듯하다. 선선해진 날씨에 낙엽 색 카디건을 걸치고 빗님이 지겹게 내렸던 올여름을 아쉬워하겠지.



2020년 8월 12일 수요일  비가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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