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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10. 2019

목욕탕1

떡집아줌마

            
















 천장에서 등짝으로 내리꽂는 물줄기에 뭉친 어깨를 제대로 맞혀 보려고 최대한 애를 쓴다. 들어올 때는 살짝 부끄러운데 이내 아마존 계곡처럼 편안해진다. 온탕과 냉탕의 기온차는 나를 기분 좋은 조증으로 안내한다. 이 맛에  5천 원의 행복을 찾아 커피숍보다는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곳은 내가 다니는 동네 목욕탕이다. 좁은 지역의 목욕탕은 이미 짜인 멤버가 딱 있다. 내 사이즈가 줄었는지 늘었는지 기가 막히게 아줌마들  눈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가름된다. 이미 나는 선임이 되어 신참들과는 말을 섞는 타임은 지났고, 아주 노숙한 척  물소리에 득음할 경지에 이르렀다. 반신욕에서 명상하고 스팀 사우나에서 누워서 하루를 정리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방귀를 뀌는 이들 때문에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방귀 논문을 머릿속에 써 보며 도인 짓도 해 보고 그러려니 한다.


방귀 논문:방귀에 대처하는 유형 분석

1. 자아비판형:  어머나! 내가 미쳤어. 나이 먹으면 죽어야 해!

2. 시침 떼기 형: 모른 체 가만히 앉아있는다. 나는 이런 분이 너무나 웃기다.

3. 슬쩍 형: 방귀가 나오려면 살짝 뀌고 사우나 밖으로 나간다.

4. 처리형:사우나실 문을 열고 물을 끼얹는다.

어쨌든 혈액 순환이 잘 돼서 나오는 대형사고 들이다.


슬쩍 형인  A 아줌마는 두 달간 보이지 않더니 나타났다. 보이던 이들이 안 보이면 건강 걱정도 되고 궁금하다. 하지만 고수는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서 머리를 감고 있는  떡집 A 아줌마에게 "왜 이리 안 오셨어요?" 하고 반가운 마음에  쏜살같이 말이 나갔다.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텀블러의 시원한 물을 마시며 우리의 수다는 자유로운 복장과 영혼으로 벌거벗은 카페로 인도한다. 대화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번 여름 모기가 목부분을 물었는데 그날 목욕을 하고 갔더니 그 이후 목 전체가 부어올라  목 하나가 더 생겨서 움직일 수가 없었단다. 그리고 지금도 신통치 않단다. 무슨 그런 일이 있냐고 아줌마들은' 어머! 웬일이야!' 추임새를 넣으며 자신의 경험 담도 섞어서 물소리가 커지면 목소리도 점점 커지며 열을 올렸다. " 산모기다 풀 모기다" 모기 찾기에  장장 30분 이상을 떠드는 소리를 듣고 나니  더운물에  담긴 발은 빨간 장화 신은 듯이  발목에 줄이 선명하게 그어졌고 온몸은 시원하게 땀이 툭툭 떨어진다.


1. 방전된 육체를 충전하는 곳.

2. 커피 한잔 값으로 신선 놀이하는 곳. 

3. 절에 안 가도 묵언 수행 가능한 곳.

4. 폭포수 앞에서 명상 가능한 곳.


 스치는 인연이지만 슬쩍 형 떡집 A아줌마가 걱정되는 곳,  나의 쉴만한 물가이다. 




2019년 11월 10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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