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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Mar 16. 2022

배움 4

동물 보건사 자격증


봄비가 이틀 오시더니 겨울이 가시나 봅니다. 세월이 빠르다고 입에 달고 살지만 힘든 무게만큼 이번 겨울은 길었습니다. 공부를 했습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삶은 그렇게살아집니다. 공부할 나이가 아니니 어쩔 수없이 했던 공부입니다. 늘 시험에는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시험에 한해서는 자존감이 낮습니다.


동물 보건사라는 1회 국가자격증 시험이었습니다. 현재 동물 병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전공과 상관없이 시험을 볼 수 있는 특례자 자격이 한시적으로 주어졌습니다. 동영상 120시간과 실습을 마치면  2월 27일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전공자들도 함께 치르는 필기시험은 객관식 200문제였습니다. 처음 실시하는 시험이라서 어수선하기도 하고 복잡한 서류도 제출해야 합니다.


흰머리가 시험장에서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뭐라 하는 사람은 없건만 왠지 초라하고 못 올 곳을 온 느낌이 영 편치 않았습니다. 긴장하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거울에 비추어진 모습이 썩었습니다. 3개월 이상 애를 썼으니 죽을 상입니다. 시험은 안 외운 곳에서 나옵니다. 외워지지도 않고 외웠다 한들 단기 기억 속에 머물다가 훅 날아가 버리니까요. 이러한 긴장감은 젊은이들과 함께하기에 좋을 때도 있습니다. 경쟁이라는 탄력이 근육 곳곳에서 탱탱해집니다. 4시간의 시험을 마치고 하룻밤을 머무른 커다란 책 보따리를 오른쪽어깨에 당겨 매고서 텅 빌 때까지 고사장에 머무르다 나갑니다. 몰려들어가는 지하철 계단에서 문제를 확인하고 정답을 맞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3월 4일 합격 문자를 받았습니다.



인생은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습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보다는 살아내야 하는 날들이 많습니다. 잠자기 전에 이를 닦는 손주가 안 닦겠다고 울음소리가 크게 납니다. 4살짜리 아이지만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기에 딱해 보입니다.  우리 내들도 기억나지 않은 어린 시절부터 힘들고 버거운 일들을 감내하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겨울을 이겨낸 풀들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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