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람생각 Jul 22. 2022

부모 형제 자식 7

그리운 아주버님


늘 오월의 강변은 금계국과 개망 초가 설렘을 선사한다. 그들을 닮은 살랑살랑 흔들리는 시폰 원피스가 입고 싶었고, 막 올라오는 새 쑥과 네 잎 클로버를 만날 생각에 매서웠던 겨울 끝자락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3년 전 5월 아주버님은 폐암 4기 소식을 알려왔고, 올해 5월 4일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니까 3년간의 투병생활로 생을 마감하신 거다. 3년간의 5월은 금계국과 개망 초를 만났지만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별의 경험은 일찌감치 친정부모님과 형제를 보내드렸으니 조금 일찍 세상 떠나는 것으로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지만 더 또렷하게 궁금해지는 사후세계와 놀고 있었다.  호들갑 떨며 민간요법 찾고 울고불고하는 마음과 행동도 시간이 흐를수록 무덤덤해질 무렵 마지막이라 느껴지는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돌아가신 후가 이토록 힘들 줄이야.

65세 나이가 죽음이 그리 낯설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을 3살 많으신 아주버님이 알려주셨다. 늙었다는 생각이 가슴에 콕 박였다. 인생의 끝이 병들어가며 죽음으로 천천히 가는 길인가 싶어 말문이 굳게 닫혀버렸다.


힘든 호흡이 멈추는 순간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더라. 찰나였는데 말이다. 수시로 떠오르는 임종 모습이 두 달이 지난 지금도 한 시간 간격으로 찾아온다. 아주버님이라는 어려운 관계를 40년 가까이 유지하기 위해서 시시비비 했던 시간들도 함께 떠오른다.


별것 없다. 산다는 것과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야단법석 같은 마음도 살아있어야 가능하니까.

그저 살아있다면 감사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죽음과 바꿀 수는 없으므로.




2022년 7월 22일 금요일.

살고 싶어 애쓰시던 아주버님을 생각하며.


작가의 이전글 배움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