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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Aug 12. 2024

흰머리로 살아가기 13

흰머리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위가 머리카락을 

바짝 끌어올려서 묶고 싶게 한다.

한 달 전 다녀온 미장원 길도

더위에 주춤했더니

머리카락이 덥수룩해졌다.


매일 가꾸고 꾸미는 노력은 

이를 꽉 깨물어야 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목욕탕에서 만나는 

돈가스집 주인장 아주머니가 

흰머리를 해보고 있다.

나이를 직접 묻지 않았으나 

대충 63세쯤으로 짐작한다.

그것은 같이 다니는 

동료들의 나누는 대화 속에서 

"언니" "자네 왔나" 등으로 알아낸다.


그분이 두 달 전 머리카락 전체를 

탈색을 하고 왔다.

샛노란 색으로 변했다.

흰머리로 길러보겠다는 목소리가

목욕탕 안이라서 그런지 크게 울려 들렸다.

지금은 한 2~3센티 자라 올라와서  

탈색 모의 누런빛과 흰머리 색깔의 

경계선이 뚜렷하다.


목욕탕 올 때는 꽃무늬의 두건을 썼고

식당 일을 할 때도 두건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목욕탕에서 만나니 두건을 벗은 

머리카락을 유심히 볼 수 있다.


그분이 검은색으로 염색할 때 

모습을 봐서 그런지

머리카락 하나가 이미지를 변하게 한다.

누런 모발과 가늘고 하얀 모발이 섞여서

힘이 없어 보인다.

즉 예쁘지 않다는 거다.


한 번쯤 흰머리를 기르겠다

마음먹은 이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못 기르겠다고.


자라 올라오는 흰 머리카락의

경계선에서 무너지는 듯하다.

그리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영 마음에 안 들 거다.


재래시장에 가면 나와 비슷한 나이에

아주머니들께서 묻는 말이 한결같다.

"흰머리 하니까 괜찮냐고"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도전하고 견디는 경험을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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