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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16. 2019

삶 3

마음에 따라







이런 날이 있다. 조용하게 내리는 비를 "참 많이도 주룩주룩 내리네"라든지 매일 뒷집에서 들리던 개 짖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던지  길가 아줌마들 수다 떠는 소리가 담을 타고 확성기 대고 떠들 듯 내 귀가로 들린다든지 이런 날은  내 속에 시끄러워  자연을 향해  투정하는 날이다.

 내 고향은 서울이다. 고향이 서울이라고 하면 정 없어 보이고 깍쟁이 같은 이미지에 덧살을 붙인다. 감나무 열려있고, 구수한 된장 냄새 풍기는 외할머니 댁 같은 풍경은 아니니 그럴만하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모두 서울에 살고 있다. 유독 나만 지방에 산다. 그것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말이다. "참 힘들게 산다"에 표하나를 더해 내 인생에 지청구 대상이다.

 계란말이와 김. 남편이 두 끼를 먹을 수 있도록 싱크대에 올려놓고, 산발된 머리를 감추려 등산 모자 쓴 남편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고속 터미널로 가는 길은 나에게는 휴식과 같다. 명절날 마음이 바빠서  끼어들기 하다가 딱지를 끊겨  똥 씹은 얼굴로 서울로 향했던 때와는 다르다. 살짝 발랐어야 하는 파운데이션을 안 발랐다는 것을 새벽차 냉기가 많은 고속버스에 타고서야 알았다. 깜빡한다. 

안 오던 비가 서울로 달리는 차 유리창에 맺힌다. "우산도 없는데" 걱정보다는 쿨하게 사면된다. 내리는 빗물까지 한가롭다. 내 마음이 편안한가 보다. 글을 쓰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벗님들을 만나는 시간이 설렘과 기대로 또 다른 내 안에 자아가 꿈틀댄다. 조용히 내리는 비는 유리창에 그려진 그림 같다.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무수한 시각들이 있다. 서로의 발에 밟혀서 넘어질 것 같은 서울 고속 터미널에서도 만날 장소로 찾아가는 은행잎을 밟으면서도 빗소리는 조용하다. 내 마음 따라 달라지는 빗소리가 오늘은 고요하게 내리는 날이다.



2019년 11월 15일  비가 가만히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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