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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Dec 07. 2019

나 12

독후감 상장



 들꽃 같은 낱개의 삶들이 모여서 이야기보따리로 묶이고, 차곡차곡 내 머릿속에 쌓여서 도서관에 책들처럼 보관되어 있다. 기억 니은 디귿 순으로 따지면 쌍시옷에 가장 많이 저장되어 있다. 쌍시옷에 가장 많은 있는 이유는 "쌍"하고 시작할 말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말로는 차마 진정 못하고 "쌍"을 속으로만 꼴깍거렸다. 그 까 이것 왜 못했을까 생각해 보면 고상하고 싶어서는 포장이고, 시댁이라는 족쇄와 어려웠던 형편이 무거운 자물쇠가 되어 나의 입에 채워져 있었다. 물 마시고 이 쑤시는 선비님처럼, 속 빈 공갈빵처럼 나는 빙구도 아니면서 빙구처럼 실없이 살았다. 어이없는 내 모습에 화가 나지만 그래도 이 나이가 되어서 이야기꽃으로 피울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 아닌가! 위로할 수밖에는 별도리가 없다. 



  독후감 시상식장에 다녀왔다. 다섯 명의 수상자 중 나만 빼고 20대 어린 친구들이었다. OO 대 철학과 다니는 두 명이 문화 체육부와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았고, 나머지 세명은 대한 어머니회장상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호암 교수 회관에서 조촐하게 준비해 주었다. 어머니회에서 주관하는 독후감 대회라 그런지 준비하는 임원들과 상을 탄 수상자도 모두 여자들이었다. 임원들 석에 앉아있을 나이가 된 나는 좀 어색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과 곡조도 모르는 대한 어머니 회사를 불렀다. 그곳에 가서 보니 주최하는 어머니회에 맞게 페미니즘을 주제로 쓴 젊은 친구와는 달리 내 삶을 적어본 것이 생뚱 맞고 멋쩍었다. 수상자 석에 앉아 있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옆에 앉아있는 수상자를 살짝 왼쪽으로 눈을 몰아서 쳐다봤다. 머리를 하나로 묶고 책장을 넘기는 모습이 예쁘다. 스무 살 때 나는 뭐 하고 있었나? 온데간데없어진 내 청춘이 생각나서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천장 쪽으로 바라보고 "주책이다 주책이다"내뱉었다. 슬픔이 많이 섞여있는 내 이야기가 활자가 되어 내 앞에 있다. 당선 소감을 작은 목소리로 마이크를 통해 읊조리고, 낙엽이 매서운 바람 따라 춤추는 서울대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아저씨에게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건네고, 나는 내가 사는 이야기보따리가 있는 곳으로 버스를 탔다. 



2019년 12월 07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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