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람생각 Dec 13. 2019

삶 7

시간에게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 바빠서가 아니고 느려진 내 자율신경이 24시간을 예전처럼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40시간을 준들 잘하리라고는 단언할 수도 없다. 그저 망상을 해수욕장이라 생각하고 해변 따라서 거닐어본다. 틈 없이 빡빡한 머릿속만큼 막연한 두려움과 엉거주춤하게 살아가는 내 모습은, 달리기를 하다가 생수 한 모금 마시고 달려온 땅바닥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마라톤 선수의 모습이다.



 확실한 것은 신체적인 노화를 경험하고, 병고와 노추(老醜)에 대한 위기감이 추운 겨울날 지하철 경로 석 앞에서 히터 바람이 내 쪽으로 심하게 불어대던 냄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내 몸을 괜히 킁킁거려 개코 짓 하며 옷을 벗어 세탁기 속에 넣는다. 사과 반쪽처럼 딱 반으로 줄어버린 활동력을 어떻게 조화롭게 쓸 것인가? 적당히 타협하면서 세상에 미혹되지 않은 어른의 모습과 절제라는 공허한 이야기를 현실에 옮기며 살아가기를 자나 깨나 불조심하듯이 각성해본다.



 막내인 나는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거나 걸으면 "빨리 좀 와 엄마" 하며 인상을 쓰며 불러댔다. 엄마의 나이가 된 지금에 엄마를 엄마가 아닌 여인으로 이제야 이해한다. 물끄러미 쳐다보며 흔들리는 버스 손잡이를 애써 꽉 쥐던 엄마가 그때의 나보다 두 배의 용을 써야 했던 체력과 마음을 말이다. 신체가 속삭이듯이 말하는 내면의 알아차림이 시간을 향해 잘 살아왔다고 고마워하면서도 이제는 시곗바늘에게 느리게 '똑딱'거려 달라고 무시로 쳐다본다. 시계의 답을 알지만 허망하게도 살아가는 모양이다.




2019년 12월 13일 맑음





작가의 이전글 배움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