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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Nov 08. 2019

인연1

이웃집


 한 곳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나는 골목길을 들어서는 맨 앞집에 산다. 이른 아침이면 손주를 앉고서 노란색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할아버지와 우체국 아저씨의 오토바이 멈추는 소리가 들린다. 벌써 옆집 새시 가게의 "윙 "하는 소리도 시작됐다. 점심시간에는 근처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먹고 이를 쑤시거나, 자판기 믹스커피를 들고 가는 경찰관들이 보인다. 간혹 밥 먹고 나온 배를 두드리는 아저씨도 보인다. 집 옆 경찰서가 있다. 사사로운 시비로 거칠고 요란한 소리도 난다. 술 취해 헤롱대는 못난 아저씨들과 애써 참으려는 경찰관들의 붉어진 얼굴도 목격할 수 있다.  

   

 20년 전 뒷집 초등학생은 청년이 되어 담벼락에 붙어 핸드폰 소리와 함께 담배를 피운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면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서로 땅만 쳐다본다. 유독 똥이 마려워 절절매던 옆집 새시 가게 초등학생 아들은 대물림으로 아빠와 함께 일을 한다. 골목 안쪽 두 분은 돌아가시고, 몇 분은 이사를 갔다. 골목 끝 집 아저씨는 중풍과 싸우느라 매일 지팡이 소리가 '땅땅'울린다. 땅을 짚는 소리다. 얼른 창문을 열고 아저씨를 살핀다. 뒷모습이 짠하다. 골목 안 초등학생들은 청년이 되어 결혼과 함께 자식도 낳았다. 명절이면 조용하던 골목 안은 애들 소리로 사람 사는 것 같다. 20년 전 아주머니는 흰머리가 가득한 할머니가 되어 그들을 맞아준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가 어색하지 않다. 석류가 주렁주렁 달린 파란 대문 집 아주머니는 며느리가 손주 낳았다고 기장미역을 잔뜩 안고서 빠른 걸음으로 들어간다. 쫓아가 아주머니께 무슨 미역인가 물어본다. 나도 며느리 생각이 났다. 예쁘장한 통장 아주머님은 눈인사로 서로를 살핀다. 곱게 화장도 하고 옷도 깔끔하다. 아주머니들이  끌고 나오는 바퀴 달린 장바구니 이름을 나는 똘똘이라 부른다. 시멘트 바닥에 마찰을 일으켜 '똘똘 똘똘'하고 소리가 요란하게 난다.  달력을 보니 장날이다. 장날만 만날 수 있는 뻥튀기는 아저씨, 나도 똘똘이를 끌고 나가서 강냉이 한방 튀겨야겠다.   

   

 나 역시 42살이 이곳에 와서 62살이 되었으니 골목 안 어른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는지 상상해본다. “곱던 새댁 많이 늙었구나, 아니면 객지에서 와서 오래도 산다 하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웃집들의 고요함은 고령화가 가득한 내가 사는 곳에 모습이다.     


2019년 08월 29일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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