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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Dec 25. 2019

부부 5

부부와 합창

 


합창은 솔로의 매력과는 다르게 단원들이 함께 서있는 모습으로도 아름답다.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소리는 합창만의 매력이다. 작년에 감동적으로 보았던 합창단 공연이 올해는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열렸다. 주말에 산소를 다녀와서 피곤해서 그런지 잔잔한 크리스마스 노래가 흘러나오니 잠이 살살 오려한다. 눈을 감고 감상하는 척을 해 본다. 화음 맞추어 들어오는 소리는 뜻은 잘 모르겠으나 아름답다.  이 시점에서 생뚱맞게 부부가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진 얼굴로 다정히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둘이서 서로가 맞추려  얼마나 노력하고 살아온 세월이었는가! 합창을 감상하다가 생각이 옆길로 샜다. 서로가 화음을 맞추려고 옆 사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를 조심스럽게 드러내며, 자신의 소리를 낮춰야 하는 합창이 우리네 부부가 살아가야 할 모습 똑같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살아보고 부부가 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연습 없이 만나서 힘들게 살아간다. 조화롭기는커녕 삑사리가 요란해서 살 수가 없는 시간들도 많다. 느닷없이 만나서 서로에 코가 끼여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며 살았는지 모른다. 오늘도 밥을 먹다가도 TV 보다가도 티격태격한다. "국이 짜다. TV 소리가 너무 크다" 참 맞추고 살기가 쉽지 않다.  결혼 전 " 배려 학교"라는 곳이 있었다면  졸업장을 받고 결혼을 했어야 했다. 한 10년 전 노력을 해보려고 한 가지 방법을 시도해봤다 "아 그렇구나!"이다. 국이 짜다 할 때 "아 그렇구나!"  "TV 소리가 크다" 할 때 "아 그렇구나" 하는 것이다. 얼마나 어색하고 웃기던지 매일 써도 웃겼다. 남들에게는 그렇게 잘 쓰던 단어가 유독 남편과 가족에게는 어색했다. 웃다 보면 서로의 싸한 감정이 숙으러 들기도 했다. 좋은 방법이었는데 지속적으로 나만 하려니 이것도 심통이 났다. 남편에게도 "그랬구나'하고 말을 시작하라고 몇 번 하다 보니 이것도 잔소리인지 했다 안 했다 빈덕이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하얗게 세어버린 세월에 반은 싸우다 정이 들었지 싶다. 살아보니 누구를 만나던 뾰족한 수는 없다. 딱 딱 내 입맛대로 살아주는 사람은 나밖에는 없고 자식도 나랑은 다르다.하물며 남남이 만나서 사는 부부는 얼마나 힘이 들겠나!  살아온 세월에 한숨이 절로 난다.  어찌 됐든지 남은 인생이 함께 해야 하는 남편과 합창처럼 아름답고 조화롭게는 아닐망정  "아~그렇구나"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2019년 12월 24일 맑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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