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볕의 따사로움이 어제 하고는 다르다. 서랍장에서 칙칙한 겨울옷을 꺼내놓으니 눌러 놓았던 옷들이 숨을 쉬는지 두 배로 부풀어 올라 방바닥에 한가득 수북이 쌓여있다. 시커먼 색깔의 옷들은 다 버려야 하건만 고르고 살피느라 아까운 시간을 보낸다. 계절의 봄은 내 인생의 봄이었던 시절이 언제였는가 묻는다. 질문을 받고 나니 흰머리가 가득 채워진 이즈음 자신의 봄인 시간을 추운 겨울처럼 살아온 내가 보인다. 그럴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러고 살았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인생의 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다시는 돌이 킬 수 없다는 것을 몰랐기에 그랬다.
나의 봄은 이렇게 뒤숭숭하게 다가와 아쉬움을 운운한다.
2020년 3월 16일 맑음. 애틋한 봄기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