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요
흰머리를 기르니 별소리 다 듣는다. 용기는 주지 못할망정 "돈 벌어서 뭐 하니 껴. 염색 좀 하소" 마스크를 낀 사이로 들리는 소리에 내 귀를 의심했다. 나보다 나이는 더 들어 보이고 일 때문에 한번 정도 뵌 분이다. 거의 초면에 뭔 말인가. 마치 동네에서 게을러서 염색을 하지않는 이웃에게 툭 던지는 말투였다. 요즈음은 마스크를 모두 낀 상태라서 눈을 마주치고 얘기를 해야 잘 알아들을 수 있다. 슬쩍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순간 당황을 했다. 목소리의 잔재와 여운이 남았을 때 "흰머리 하고 돈하고 무슨 관계가 있어요?"라고 했다. 그분은 어색했는지 나도 금방 흰머리가 자란다면서 머리를 숙여 올라오는 흰머리를 보여준다.
어쩌면 좋을까 싶다. 내 팔뚝 내가 흔들어도 왜 그렇게 팔뚝을 흔드냐 하겠다. 힘들고 버겁게 사는 세상 가만히 있어도 옆구리를 찔러댄다. 내 딴에는 힘들어 죽겠는데 불을 지핀다. 모자를 다시 쓸까 잠깐 흔들렸다가 아니 당당히 다니자 마음먹는다. 흔들리려 했던 마음이 더 속상하다.
내 마음 확실히 전달해야지!
돌아가신 친정엄마는 "어디 가서 방귀를 뀌었는데 똥을 쌌다는 세상이더라." 하며 개탄해했다. 이름에 함부로 하는 말 때문에 쓰러지겠다.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더하다. 상처 주는 말들은 앞뒤를 안 가리고 도처에 깔려있다. 역지사지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해한답시고 어정쩡 넘어가면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더라.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쁘다고 정확히 전달해야지 살 수가 없다. 큰 소리로 "시끄러워요'를 했어야 했다.
2020년 2월 24일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