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자 혹은 불편러

by 바보

이쪽에서 "안녕하세요?" 하면 저쪽에서도 "안녕하세요?" 한다. 이상하지 않나? 질문만 있고 답변은 없는 대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나뿐이란 말인가? 안녕하신지 안부를 묻고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도 그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면 애초에 안녕한지 궁금하긴 했던 걸까?


그에 반해 "How are you?" "I am fine, thank you, and you?" "I am fine, thanks."이 얼마나 딱딱 맞고 좋은가?


가게를 나설 때 종종 하는 "수고하세요."라는 인사말이 거슬리는 건 나뿐인가? 수고함이 권장할만한 덕목인가? 무슨 권리로? 그 가게 고용주라도 되나?


"혹시 여기 자리 있어요?" "네, 자리 있어요" 도대체 무슨 말인가? occupied란 말인가 아니면 available이란 말인가? 나만 헷갈리나?


우리말 표현에 불만이 많은 걸 보고 스스로 사대주의자인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외국인 동료가 "모닝"이라고 인사를 하더라, 앞에 모름지기 붙어야 할 '굿'은 맹세컨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 거슬리기 시작하니 매일 아침 반복되는 "모닝"이 너무나 거슬린다. "아침" "아침" "아침", 뭐 어쩌라고? 그럼 아침이지 밤이겠냐?

아마도 난 사대주의자가 아니라 그냥 불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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