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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은교야.

은교

by kmsnghwn

"잘가라, 은교야"

-영화<은교> 中.



영화 <은교>를 보았습니다.

'노인과 소녀의 사랑'이라는 연결만으로도 우리는 곧잘 "아니 어떻게 그런!" 하고 손사래를 치기 바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반응이야말로 노인을 진정한 노인으로 만드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요?


얼굴에 주름이 늘고, 등이 굽어간다는 물리적인 사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사회의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다 늙어서 뭐하는 건지' '나이먹고 주책이야'하는 생각으로 점철된 그 경멸어린 눈빛들.


노인이 되었다는 것은 결국 정상적인 사람들의 범주, 그곳에서 벗어나 가장자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차갑다 못해 시린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욕망조차도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는 슬픔이 바로 늙어가는 것의 한(恨)입니다. 백발이 아무리 늘어나도 그는 여전히 사람이고, 그저 그냥 나이가 든 것일 뿐인데 말입니다.


은교라는 이름의 욕망에게 "잘가라"며 작별을 고하고마는 이적요 시인의 얼굴이 유독 더욱 늙어보이는 까닭입니다.

<은교>, 출처-Daum영화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얻은 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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