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msnghwn Apr 06. 2017

사랑에 서툰 우리에게

영화 <아빠는 딸>

살다보면 좋든 싫든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종종 그들에게 사람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상종하지마" , "상대하지마"라고. 하지만 문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반드시 타인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만 봐도 그렇다. 자식을 온전히 이해하는 부모, 혹은 부모를 온전히 이해하는 자식이란 전설처럼 떠도는 이야기인 것만 같다. 그것은 잘못이라기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자연재해다. 부모의 입장과 자식의 입장이 결코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영화 <아빠는 딸>, 2017

영화 <아빠는 딸>의 이야기는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도연(정소민)은 어렸을 때 "커서 아빠랑 결혼할래." 같은 말을 할 정도로 아빠인 상태(윤제문)와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도연이 크면서, 그들은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상태는 자신의 마음과 고충을 알아주지 못하는 딸에게 서운하다. 도연은 도연대로 자신의 고충과 관심사 같은 것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아빠에게 짜증이 난다. 그래서 '하루만 네가 나로 살아보면~'이라는 말을 내뱉기에 이른다. 영화니까, 결국 그 말은 현실이 된다.

영화 <아빠는 딸>, 2017

바디체인지, 이른바 몸을 바꾸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루는 영화는 이미 굉장히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아빠는 딸> 역시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요소를 담아낸 영화다.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은 웃음을 끌어내기에 용이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하는 효과적인 매개이기도 하다. 도연은 아빠의 몸으로 회사 생활을 하고, 나이 든 몸을 경험하면서 아빠의 고단함을 체험한다. 상태 역시 학교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해보지만, 이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금세 깨닫는다. 어쩌면 이런 상황은 약간의 대화만으로도 조금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녀는 몸이 바뀌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이해한다. 이는 어쩌면 현재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조금의 소통이 어려워, 갈등하고 반목하다가 큰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를 안아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말이다.

영화 <아빠는 딸>, 2017

영화의 끝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영상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부터 나이 든 할머니까지. 어린아이-청소년-성인(노인)으로 이어지는 여러 딸들이 나와 이야기를 한다. 어린 딸들은 그저 아빠를 좋아한다. 굳이 이해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중고등학생이 된 딸들은 아빠를 어려워 한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느덧 할머니가 된 딸들. 그들은 아빠를 이해하고 그리워 한다. 결국 자식은 부모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 하다가 이해가 될 것 같은 때를 지나 어느덧 이해를 하는 셈이다. 그 이해를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아와야만 하는지. 영상 속의 한 할머니는 "그 때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해서 후회돼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화 <아빠는 딸>, 2017

어쩌면 누군가에게 "나 좀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살아온 길이 다르고, 같은 시간이라도 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니까.  그래서 혼자 이해하자고 계속 다짐하고 호소하는 것 보다는 자식과 부모가 솔직하게 서로의 일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부녀간의 대화는 끊기지 않고 롱테이크 식으로 찍힌 장면들이 종종 보인다. 몸이 바뀌고 나서야 바로서 이뤄진 대화들이지만, 그곳에서 일말의 희망을 건져내 본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소재는 뻔하고 플롯도 단순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족애의 회복을 꿈꾸는 그 시도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내 부모님도 어느덧 나이가 많이 드셨다. 늘어가는 흰머리에, 침침해져가는 눈. 나이들어가는 부모에게 자식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조금 더 그들에게 귀기울여 드리는 것. 그것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가 여전히 사랑하는 것에 서툴다. 그래서 남은커녕 가족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그 어려움을, 어렵다고 외면하지만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딸>을 보고.


https://youtu.be/O4KZ0u46pTg

<아빠는 딸>의 주제를 관통하는 테마곡, 김광석-기다려줘

**부모와 혹은 자식과, 다투었다면 혹은 어색한 상황이라면 이 영화를 같이 보는 것은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들의 생존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