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일은 벌어지고, 간절히 바라던 것만은 꼭 그 땐 일어나지 않는다. 매 순간 그럴싸한 계획을 짜보지만, 돌이켜보면 계획하지 못한 일들만 쌓여있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내가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영화로 만들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순간들을 가지게 된 기막힌 우연에 감사할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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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초 당신의 계획에 나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높은 확률로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이 내게 그러했듯이, 당신에게도 내가 어떤 의미로 남기를 욕심내 본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겠지만, 결코 우리가 같이 보냈던 시간마저 하찮은 취급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그럴듯한 떼를 써보면서.
- 영화 <페인 앤 글로리>를 보고.
2020. 03.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