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는 얼굴, 말하는 정체성
햇살은 강렬하게 비추고, 아이는 그 빛을 가리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립니다. 하지만 그 손끝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처럼, 우리 역시 세상의 날카로운 진실과 마주하면서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늘 속에서 빛의 궤적을 탐색하는 자들, 혹은 그늘 너머를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항해자들입니다.
아이의 얼굴에는 눈부심이 있지만, 동시에 내면을 향한 침묵이 있습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다루는 작업들이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을 탐색하려는 태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말하지 않지만, 그의 침묵은 웅변처럼 무겁고 선명합니다. 마치 우리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그래야 하듯이.
색이 사라진 이 흑백의 구도는, 불필요한 수식을 덜어낸 본질에의 집중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미감은 장식이 아닌 깊이이고, 파편이 아닌 구조입니다. 사막의 결처럼 펼쳐진 배경의 물결은, 형체 없는 감정의 결을 시각화한 듯 보입니다.
그 무늬는 사라지기 쉬운 기억의 흐름이자, 우리가 건져 올리고자 하는 이야기의 잔물결입니다.
KMU스튜디오는 세상의 눈부심을 정면으로 응시하진 않지만, 그 빛을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림자 속에서 잠재된 가능성과 감정의 결을 붙잡아, 그것을 시와 시각으로 풀어내는 집단입니다.
한 아이가 빛을 가리는 이 장면 속에는
두려움과 용기, 침묵과 탐색,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어딘가에서—우리는 창작합니다.